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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답답한 일 해결에 도움될 땐 보람|「복지전화」상담 자원봉사자 이해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네. 복지전화입니다.』
『어떤 어려움이신 데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몇 분의 간격도 두지 않고 걸려 오는 전화에 응답하고 있는 상담자의 목소리는 진지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사회봉사 안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지전화(713-3361,3362)는 현재 21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번갈아 상담에 응하고 있다.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상담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실하고 친절한 상담이 가능한 것 같다』고 담당간사 주영난씨는 말한다.
78년 9윌 20일 첫 통화를 받기 시작한 복지전화는 단순히 인간의 의기나 절망에 대한 상담을 받는「생명의 전화」에 비해 그 의기와 절망의 해결책을 열어 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성격을 띤다.
『그래서 우리 복지수준에서는 좀 빠르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아요.』지난해 2월부터 복지전화상담을 맡아 온 자원봉사자 이해분씨(29·서울 도봉구 창동578의4)는 상담을 받으면서 스스로 이 같은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했다.
어느 사회든 모든 분야의 수준이 함께 오르는 것이지 한가지만 유독 발달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에서다.
상담해 오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과 연결시켜 주었더라도 의뢰 받은 당국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거나 잘 처리해 주지 않으면 오히려 상담해 온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해결해 볼 수도 없는 답답한 사정을 듣고 있노라면「복지전화」자체를 받고 있는 자신이 어이없어질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에 단 몇 건이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해 주었을 때는 그것이 바로 보람이 되고, 아직 미력하나「복지전화」자체의 존재가치를 확인해 가게 된다고 이씨는 말하고 있다.
이씨는 단국대 재학시절부터 YMCA를 통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사회봉사가 그의 전공인 수학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것이었지만 가난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버스」안내양들에게 그들이 일하는 지식을 전달해 주다 보니 어느 사이 불교에서 말하는「속」같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했다.
인간의 생활을 유지시키기 위해 필요한「직업」이란 말을 직과 업을 분류해서 두 가지에 모두 충실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는 이야기다.
어머니교실이나 여성단체의 교양강좌에서 매듭·꽃꽂이 등을 강의해서 이씨는 돈을 번다. 그리고 1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무언가에 봉사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재는 복지전화 상담원과 YMCA의 야학을 맡고 있다.
이씨의 상담 날자는 금요일 하오 2∼5시 사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렵게 출발한「복지전화」지만 조금씩 주위의 여건이 나아지고, 사회공헌도가 높아져 가는 것을 보면 우선 다행스런 마음부터 들게 된다고.
복지전화엔 하루평균 30통화의 상담전화가 걸려 온다. 상담내용은 구직·구인·법률문제·기관문의·자원봉사·작업훈련·입양·무료교육·심산장애자 문제 부업알선·노동문제 등 다양하다.
이들 전화문의 가운데는 전화요금이나 세금을 어디에 내야 하느냐는 극히 상식적인 것도 있으며 전문적인 분야의 질문을 해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담 자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해답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사실 봉사라고 하면 남에게 무엇을 그냥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그렇지 않아요.』계씨는 전화상담이나 야간학교 교사를 하면서 경험을 늘리고 견문도 넓히며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그 무엇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한다.
전화상담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아직 기혼여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씨의 말. 이씨 자신은 앞으로 결혼하더라도 얼마간의 시간은 꼭 봉사의 시간으로 할애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복지전화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매일 상오 9시부터 하오 5시까지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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