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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증시는 거품, 올가을 주가 추락에 대비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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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호 03면

-요즘 시장 상황이 위태위태한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은 그렇다. 요즘 미국 주가는 주당순이익이나 장부가 등 여러 지표에 비춰 너무 비싸다. 유명한 펀드매니저 벤저민 그랜섬은 늘 낙관적인데 최근 기대 수익을 크게 낮췄다.”
그랜섬은 영국 출신 장기 투자자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자산운용사 GMO의 설립자다. 그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1120억 달러(약 114조원)에 이른다.

위기 감지의 달인 ‘닥터둠’ 마크 파버

-소로스는 아예 미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고 하더라.
“소로스 경우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 그의 자산은 200억 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20억 달러를 공매도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건네주고 차액을 수익으로 챙기는 전략이다. 물론 공매도 규모가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리스크 헤지라고 봐야 한다.”

-실러 교수는 주가뿐 아니라 채권 등의 값도 너무 뛰었다고 지난주 경고했다.
“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말에 동의한다. 선진국 자산 가격이 인플레이션돼 있다고 판단한다. 실러 교수가 개발한 지표를 봐라. 진실을 보여준다.”
그 지표는 바로 실러 교수가 개발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Cyclically-Adjusted Price Earnings Ratio)’이다. 물가를 반영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주당 순이익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올 8월 20일 현재 26.28이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때보다 높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엇비슷하다. 실러는 “CAPE가 주식 매매 타이밍을 보여주진 않지만 현재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는 알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CNBC 등과 인터뷰에서 올가을께 미 주가가 20~30% 떨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그 생각엔 변함이 없는가.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가 2009년 3월 670선까지 떨어진 뒤 계속 올라 1900선을 웃돌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 실적이나 거시경제 상황에 비춰 이는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다. 내가 보기에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자산가격 버블이라고 해도 될까.
“그렇다. 주요 나라 주식뿐 아니라 채권이나 집값 모두 너무 비싸다. 우리 눈앞엔 값이 너무 오른 글로벌 자산시장이 있다.”

-주가가 급락한다면 무엇이 촉발시킬 것으로 보는가.
“현재로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지정학적 갈등일 수도 있고 어떤 나라의 정치적인 사건이 주가 추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자연재해도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실제 87년 10월 블랙먼데이는 아주 우연한 사건에 의해 촉발됐다. 그해 10월 10일 미국과 이란 군함이 전투를 벌였다. 닷새 뒤인 15일엔 허리케인이 영국 런던을 엄습했다. 런던증권거래소 매매가 중단됐다. 그리고 나흘 뒤인 19일 주가가 폭락했다

-경제적인 변수를 하나 꼽는다면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신용시장, 즉 채권과 자금 시장이 화근일 듯하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대기업이 부도를 낸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요즘 국채 값이 너무 올랐다. 독일의 채권값을 봐라. 현재 10년 만기 국채의 만기 수익률이 1%도 되지 않는다. 스위스 국채 10년짜리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프랑스 국채 모두 고공 행진이다.”

-채권값이 떨어지는 게 방아쇠란 말인가.
“채권값이 떨어지면 만기 수익률(시장 금리)이 오르지 않는가. 그러면 글로벌 자산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주가는 아주 낮은 시장 금리를 전제로 형성된 것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바탕 위에 높은 주가가 형성돼 있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다.”

-또 다른 방아쇠는 없을까.
“방아쇠라기보다는 증폭기에 가까운 존재들이 시장에 있다. 모멘텀 플레이어들과 고주파 트레이더(HFT)들이다. 이들은 주가 흐름이 바뀌는 시점을 노려 엄청난 물량을 사고파는 무리다. 주가가 일단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들이 떨어지는 폭을 순식간에 키울 수 있다.”
파버는 거시경제 전문가는 아니다. 그가 경제학 박사이기는 하지만 자산시장에 거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그에게 미국 통화정책은 어떻게 비칠지 궁금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철학이나 비전을 어떻게 보는가.
“옐런만을 두고 말할 필요가 없다. 서방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모두 비둘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준금리를 너무나 긴 기간 동안 아주 낮게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시늉만 낼 것이다.”

-무슨 말인가.
“미국 Fed가 1913년 설립됐다. 이후 100년 동안 기준금리는 평균 4% 안팎이었다. 지금은 0%다. Fed가 예고한 것보다 서둘러 금리를 올린다고 하자. 몇 %포인트나 올릴 것 같은가?”

-0.25~0.5%포인트 정도이지 않을까.
“그 정도 올려도 기준금리는 1%도 되지 않는다. 무슨 효과가 있을까. 그 정도 올려봐야 의미 없다고 본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그 의미가 주는 파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장은 인상 초기 긴장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리 인상폭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재기 시작한다. 결국 기준금리가 2% 이상을 넘어설 때까지 자산 가격이나 실물경제에 큰 일이 없다는 것을 간파할 것이다.”

-어쨌든 옐런이 기준금리를 예정보다 빨리 인상한다는 말인가.
“내가 보는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일반적인 예측과 정반대다. 그들은 대부분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가 좋을 것이라고 본다. 난 아니다. 올 하반기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본다. 실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 옐런은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할 또 다른 요인도 있다.”

-무엇인가.
“미국 주가가 앞으로 6개월 사이에 10% 정도 떨어진다면 옐런은 금리 인상을 꺼릴 수밖에 없다.”
다시 중국 경제가 화두다. 집값이 중국 전역에서 떨어지고 있다. 건설과 부동산 부문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다. 기업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중국은 핵심적인 성장 엔진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요즘 중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보는가.
“주택시장은 약해지고 있다. 실물경제도 심상치 않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수입도 줄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는데 나는 그들의 분석 능력을 의심한다.”

-주택시장이 계속 약해져 위기의 도화선이 될까. 2007년 미국 주택시장처럼 말이다.
“주택시장보다 중국의 신용거품(부채 급증)이 더 큰 문제다. 2009년 이후 중국 빚이 100% 늘어났다. 이렇게 단기적으로 급격히 불어난 빚 더미는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돈을 찍어내거나 재정을 풀어 부채 위기가 오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
“(껄껄 웃으며) 북한이나 군사정부 시절 남한 정부라면 가능할 것이다. 중국 경제는 아주 빠르게 시장화돼 있다. 중국 정부의 통제 능력 밖에 있다. 더욱이 인구가 13억 명이나 된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처럼 할 순 없다.”

-그렇다면 중국 위기가 온다는 말인가.
“곧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꽤 된다. 다만 다가오는 위기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처럼 메이저급일지 아니면 소규모일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중국의 이웃이라서 위기가 걱정된다.
“한국이나 대만이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높지 않으면 한국이 시원찮을 것이다.”

-중국 주가는 어떨까.
“중국 주가는 실물경제와 좀 다른 흐름이 될 수도 있다. 주가가 2007년 10월 정점에서 떨어졌다. 다른 나라 주가와 견줘 싼 편이다. 위기가 발생한다고 해도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가 급락이나 중국 위기 같은 폭풍을 피할 만한 투자 대상은 무엇일까.
“요즘 금값이 상대적으로 낮다. 주가가 추락할 때 금값이 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가오는 주가 조정은 주로 선진시장에서 일어날 것이다. 신흥시장 주식을 사면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



마크 파버=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취리히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80년대 정크본드 파문을 일으킨 투자은행 드럭셀번햄램버트의 트레이더와 아시아 담당 전무이사를 지냈다. 90년에 독립해 투자자문사인 마크파버리미티드를 설립해 최근까지 운영했다. 요즘엔 투자 레터인 ‘글룸붐앤드둠(Gloom, Boom and Doom)’ 발행에 집중하고 있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08년 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기 전까지 파버가 ‘닥터둠’으로 불렸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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