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과 「현실」의 타협|민한당 전국구후보 인선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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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래 전국구제도는 지역기반이 없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하거나 유능한인재를 폭넓게 기용할 수 있다는데제도적 의의가 있다면 이번 민한당전국구후보인선은 제도적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45명의 후보가운데 외부영입 「케이스」는 5명뿐이며 그나마 이들 모두가 중심기업인들 일색이어서 민한당이 외부각계각층의「유능한 인물」에 대해 얼마나 무신경하고 당세확산면에서 어느정도 퇴취적인가를 나타냈다.
영입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40명은비지역구 당무위윈,답거대책본부 간부,창당발기인,창당준비위원,그리고 초신민당당원등으로 구성됐다. 철저한「민한당적차원」이다.
그중 당무위원은 이태구·김문석·가산성·양재권·정규혜씨의 차례로 서열2번부터 6번까지의 최상위권에 포함됐고 창당발기인중 지역구를 맡지못한 유옥수씨(1번)를 비롯해 이정빈·이중희·윤기대씨도22번이내의 서열이 부여되어 원로와 창당유공자 우대원칙이 적용됐다.
다만 당무위원중에서는 교포사회 분열방지를 위한 재의동프 제외원칙 (이미 민정당에서 실천)에 따라 재일동포 박태달씨가 빠지고 충무-통영-고성-거제지구당위원장을 사퇴한 이상요씨가 전국구로 구체되지 않았으며 창당발기인중에서는 김상흠씨(5,6대)등이 들지않았다.
영입「케이스」의신재휴(대한석유협회부회장),연제원 (삼미기업대표),손정혁 (국진건설대표), 강원채(출판업)씨등에게는 『모셔들이는 마당에 당선가능성이 있는 서열을 안줄수가 없어서 (신상우사무총장)』 8∼19번 또는 21번 자리를 내주었다.
이번 민한당의 전국구서열은 지역구의식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경우 1번부터 10번 내의까지가 우대권,그후부터 18번까지가 안정권,20번까지가 가능권,그로부터 24번내외까지가 경계권, 그다음은 예비후보적성격이나 사기진작용성격이 짙은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한당이 한때 국회의원선거의 의석목표로 제1당을 내걸면서 전국구후보도 제1당이 차지하는 61명을내놓겠다고 호인한 일이 있었지만 후보숫자가 45명으로 결정되기까지에는「체면」과 「현실」사이에 꽤나 괴로움을 겪었다.
『「정권교체」「제1당」을 목표로내건이상 61명을 전부 내지않으면 들러리 총선참여라는 비난을 받는다』 는의견이 있었는가하면, 『당선가능성이 없는 전국구서열을 주겠다고할때 누가 고마와하기는커녕 수락이나 하겠느냐』는 조직책임자의 반론이 엇갈렸었다.
9일유치송·김은하·이태구총재단과 신상우사무총장이 후보추천숫자에관한 최종결정을 내리는 자리에서도「30」「40」「45」「61」명이 재론되었다가「체면」과「현실」의중간선인45명안이 채택됐다.
실제로 『최고 80석까지 가능하고 70석은 무난하며 아무리 못해도 60석은 넘는다』는 신총장의 민한당지역 구의석 전망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대체로 전국구의석은 최저 18석정도로부터 최고 27석내외사이로 되는 꼴이 된다.
예를 들어 민정당이 압도적 제1당이 되고 민한당이 80석가까운 호전을 벌이는 경우에는 제1야당의 전국구의석이 27석까지 육박하지만 지역구가 60여석정도일때는 전국구는 20석안팎으로 낮아진다.
더구나 민정당의석이 80여석 정도가 되면 나머지당의 분배몫이 늘어나 민한당은 ▲지역구가 60여석일때 전국구는 17,18석 ▲지역구 70여석일때 전국구 20여석등으로 상대적으로줄어든다.
이점을 감안할때 김형내·이용곤씨등 선거대책위부위원장급과 조직책경쟁에서 아깝게 탈락한 조주형·김덕규씨등은 접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는셈.
당초 전국구후보 심사대상은 1백명. 그 가운데는 장모·김모등 예비역 공군장성을 포함한 군출신이 민한당후보를 희망해 왔고 법서중진인P·L씨, 과거재벌 K씨,재무부산하모공사 S사장, 상공부산하의 L사장,그리고 L모 건대학총장등에 대해 영입교섭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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