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삼성|젊은층 등용, 청임경영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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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 삼성「그룹」의 주총인사는 30명의 승진을 비롯해 2백46명의 임원들이 자리를 옮겨 앉았다.
작년의 2백40명에 이어 큰폭이다.
사장급으로는 제일제당사장을 지내다도미류학길에 올랐던경주현씨가 삼성물산사장으로 「컴백」했고 물산사장이던 송세창씨는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옮겨 앉았다.
또 삼성물산부사장이던 이현우씨가 승진, 중앙개발을 맡았고 삼성정밀사장에는 전 상호씨(한국전산사장)를,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사장에는 이춘화씨(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장·예비역소장)를 맞아들였다.
또 사장이 겸직인 신세계와 삼성전관에는 유한섭씨와 최당씨가 대표이사급부사장으로 승진했다.
40대초반의 젊은 나이로 삼성물산사장직을 맡은 경주현사장은 골수삼성인으로 입사 17년만에 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맹열경영인이다.
한편 비서실장을 거쳐 물산사장을 지내던 송세창사장을 우유화학으로 보낸것은 원숙한 경영수완으로 여러 난제가 얽힌 석유화학을 궤도에 올려 놓으려는 뜻이라고.
전임 송사장이 공채 1기였고 후임 경사장이 공채 5기라는 점에서 물산경영진은 한층 젊어진 셈이다.
그밖의 몇몇회사들도 사장급이동이 있었으나 삼성경영진의 큰틀은 바뀌지 않았다.
삼성은 이병철회장을 정점으로 3남 건희씨가 부회장취임이후 점차 활동범위를 넓히고있고 공채8기(67년입사)까지 임원으로 승진하는등 전반적으로 젊어지고 있다.
각회사별로 철저한 책임경영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일의 결과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책임을 묻는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정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때문에 경영진이 공채출신이나 외부영입「케이스」이며, 친척은 매우 드물다.
1백여명의 비서실(소병해실장)이 회장직속기구로서「브레인」역할을하며 경영전략과 기업간의 조정, 감사업무등을 맡고 있다. 중요한 결정에는「키·보드」를 누를 때가 많다.
주로 대외적인 일에 삼성을 대표하는 조우동희장은 원로로서「그룹」내 인화면에서는 없어선 안될 존재이다. 꺼끄러운 부분을 찾아 윤활유역할을 하며 젊은 경영진들의 격의없는 상담역이다.
제1제당과 모직사장을 겸하고 있는 이수빈씨는 공채6기로 경주현씨과 함께 삼성의 정력적인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관리에 특히 밝고 원만한 대인관계에 일은 조용히 해치우는 「타입」이다. 경북성주출신으로 서석전상공장관과 함께 고향에서는 성주가 배출한 두마리의 용으로 통한다.
동방생명 고상겸사장은 농협부회장을 지내다 영입된 「케이스」. 「그룹」안의 금융기관장으로 통하며 안살림에 밝다.
한때 삼성의 간판격이었던 이은택씨는 어려운 조선을 맡아 고군부투 하고 있으며「엔지니어」 출신인 강진구씨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부품및 전관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육사8기 출신으로 예비역 소장인 김진구씨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종합건설을 이끌어와 궤도에 올려놓았고 한국전자통신은 이만영사장 후임에 군통신전문가인 이춘화씨를 맞아들였다. 군출신이라기 보다는 과학자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중공업은 공채2기의 기술계인 안병휘씨가 맡고있으며 신훈철씨는 겸임했던 석유화학을 송세창씨에게 맡기고 「컬러」TV수요증대에 대비해「코닝」에만 전념키로 했다.
전관부사장으로 승진한 최당씨까지 포함하면 전자및 중공업분야 최고경영진은 모두 공대출신이나 전문기술인 출신으로 짜여있음을 알수있다.
제1합직은 대표이사 전무인 엄경호씨가 사령탑을 맡고있다.
전주제지 박태서사장은 왕년의 명비서실장 출신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냉철한 성품의 중량급이다.
부장에서 처음 경영진에 끼어든 「케이스」는 예비이사인 14명의 대우이사를 포함해 모두32명.
공채출신이 대부분으로 입사경력 13∼15년만에 중역입문을 성취했으나 그들의 어려움은 지금부터다.
발탁되면 벼락출세라는 부러움을 살정도로 빨리 승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적당히 어물어물하다가는 도태 또한 빠르기 때문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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