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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비행기에서 창가에 앉아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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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 어느 위치의 좌석을 선호하시나요? 얼마 전 한 항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앞좌석이 없어 다리를 펼 수 있는 각 캐빈의 맨 앞 열과, 출입문과 가까운 앞쪽 좌석, 다른 승객을 방해하지 않고 이동이 편리한 복도 쪽 좌석 순으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좌석이 창가 쪽이었는데 이유는 작정하고 “잠자기가 좋아서”라고 합니다.

저도 창가 좌석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평소 인간의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갈 때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잠깐이지만 카메라에 기록된 좋은 사진 한 장은 영원하니까요.

지난달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비행기 착륙시간이 새벽이라 잘하면 멋진 일출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역시나 창가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해가 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의 구름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붉은 해를 보기는 글렀다고 체념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습니다. 비행기가 번개 치는 구름 위를 날고 있었던 겁니다. 번개를 찍을 수 있을까? 좌석 밑에 둔 카메라를 집어들었습니다.

밖은 상당히 어둡습니다. 감도를 ISO 3200으로 올립니다. 조리개는 f2.8로 활짝 열었습니다. 그래도 셔터스피드는 고작 5분의 1초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유리창에 반사되는 기내 불빛을 막기 위해 담요를 뒤집어썼습니다. 철컥, 철컥, 철컥…. 어둠 속 구름에서 순간 밝아지는 구름의 모습은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찌릿할 정도로 처음 보는 장관이었었습니다. 다시 처음에 했던 질문을 드립니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때 어느 위치의 좌석을 선호하실 건가요?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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