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리 전력 김문기씨 상지대 총장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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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상지대 총장으로 대학에 복귀한 것은 이 대학 이사회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학법에 따라 대학 이사회는 총장을 포함한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 법으로만 따지자면 김씨의 총장 선임은 합법적이다. 그런데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올해 초 이사가 되려던 김씨에 대해 사학 비리 당사자라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적이 있다. 그런 김씨가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사회를 우회해 막바로 대학 총장으로 진입한 셈이다.

 김씨는 1993년 공금횡령과 입시 비리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고 이사장에서 쫓겨났다.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이사에 의해 김씨와 함께 쫓겨난 옛 재단 인사들이 2008년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면서 이사로 선임된 사람들이 현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니 결국 김씨가 옛 재단과 뿌리가 닿아 있는 현 이사회의 호위를 받아 복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상지대 사례는 누구든 비리를 저질러도 이사회의 다수만 차지하기만 하면 대학을 자신의 사유물로 만들 수 있다는 사학 시스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지대 때문에 건전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학까지도 손가락질을 당할까 우려된다. 사학의 자율성은 중요하며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나 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에 한해 적용돼야 한다.

 김씨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묶여 침체하고 있는 대학의 발전을 약속했다고 한다. 총장은 대학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자리이긴 하나 교수와 학생들의 협력을 받지 못한 채 대학을 키운 사례는 전무하다. 게다가 총장은 학문을 하는 교수와 학생의 본이 되는 교육자여야 한다. 김씨가 본인 주장대로 상지대의 설립자라면 참된 교육자를 찾아 그에게 대학 운영을 맡기는 게 순리다. 김씨가 나선다면 대학의 발전은커녕 구성원들의 불신과 반목만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교육부도 김씨 등 옛 재단의 복귀 과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를 설득해 총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맞다.

[바로 잡습니다]

8월 22일 사설 ‘비리 전력 김문기씨 상지대 총장 자격 없다’에서 김문기씨가 1993년 공금횡령과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1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고 이사장에서 쫓겨났다고 돼 있으나 김씨는 공금횡령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