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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이 윈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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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이 빈사상태에 빠졌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금융이 발전하면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금융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하고 있다. 제조업만이 부를 창출한다는 주장은 하드웨어만 중시하고 소프트웨어를 경시하는 우매함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금융이지만 국내은행의 총자산수익률은 평균 0.38%로 세계에서 거의 바닥이다. 세계 1000개 은행의 평균은 1.28%이고 최소 1%를 넘어야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는 지나친 예대마진 의존과 강성노조에 기인하는 고비용 구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기통합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보면 한국금융의 앞날을 결정짓는 주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써준 합의서에 나와 있는 독립경영과 현재의 어려운 여건을 타개하기 위한 통합이 서로 충돌하고 있고 이의 슬기로운 선택이 양 은행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속성상 장기성장보다 당장의 이익에 몰두한다. 이런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의해 이미 망가진 외환은행에게 다시 5년간 독립 경영을 허용한다는 발상은 마치 암 치료를 5년간 미루는 것과 같다. 노사합의서의 5년이란 문구에 매몰되어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는 금융환경을 외면하게 되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현 상태로 계속 수익성이 악화되면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진다. 경영진 교체 목소리가 불거지면 틈새를 노리는 정치권의 입김이 있게 마련이다. 작금의 KB금융 사태는 결국 낙하산 인사의 폐해로 규정할 수 있다. 회장과 행장의 줄이 다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가 하나지주에 예외라는 법이 없다. 지금은 주춤하다고 하지만 낙한산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외환노조에게도 조기통합은 나쁘지 않다. 은행권 전체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진출이 모색되고 있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런 난관을 극복할 카드를 가지고 있다.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과 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다.

 지금 노조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걱정하고 있다. 노조의 일방적인 희생 하에 통합이 추진된다면 이는 상생의 길이 아니다. 경영진은 통합의 시너지로 창출되는 이익을 노조와 공유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영진과 노조가 합심해야 진정한 통합은행이 탄생한다.

 현 상황에서 몰락하느냐 아니면 서로 상생하는 미래로 나아가느냐는 어디까지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몫이다. 그러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자신들의 선택을 바라보는 국민의 냉정한 눈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금융소비자인 국민이 외면하는 은행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