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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복지담당자를 한군데 모아 놓았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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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인연을 거꾸로 읽으면 ‘연인’이 되고,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돼요.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되네요.”

 어디선가 읽었던 말이지만, 가끔씩 생각이 나곤 한다. 20대 사무관 시절, 맡은 일이 다른 부처 업무와 조금이라도 부딪치면 어떻게든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난다. 조직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더욱 절실한 지를 거꾸로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반성한다.

 그동안 일자리와 복지에 대한 서비스와 기관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저마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정작 국민들은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 지 모를 정도로 더 복잡해졌다. 공급자 중심으로 기관마다 각자 제공한 탓이다. 주민들은 취업상담과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센터로,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주민센터로, 금융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은행이나 서민금융지원센터로 따로 찾아가야 한다.

 관행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한 것이 바로 ‘고용복지플러스센터’다. “찾아다니다 지쳐요”라는 국민의 말씀에 귀 기울인 것이다. 고용센터, 새일센터(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서민금융센터, 복지지원팀 제대군인지원센터 담당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서비스를 함께 한자리에서 제공해 보자는 뜻이다. 바로 정부 3.0의 모습이다. 국민이 편해야 하는 것이다. 육아·간병 등의 어려움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우면 바로 옆 복지지원창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모는 척추협착증을 앓고, 본인은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40대 남성이 있었다. 이 분이 남양주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받으면서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취업에 성공했다. 기관들이 흩어져 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기회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참여하는 새일센터와 제대군인지원센터의 방문객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소식이 반갑다. 지금까지 남양주, 부산 북구, 구미, 천안, 서산 다섯 곳에 이 센터가 문을 열었다.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7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성공의 관건은 공간 통합을 넘어 고용·복지 정보와 프로그램을 융합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고용센터의 직원 모두가 주민이 들어오셨을 때 담당 업무를 해드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주민의 손을 잡고 위층과 아래층에 있는 기관에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이 만족하셔야 진정한 서비스다.

 필자부터 노력하겠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현장의 실무자들, 지방자치단체와 각 부처의 정책 입안자들 그리고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장관들을 함께 만날 것이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 비로소 옷감이 만들어지듯, 함께 현장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풀어나가겠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문화서비스까지 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