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5만 유로 강도 당한 사우디 왕자 "돈보다 약이 더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왕자는 25만유로(약 3억4000만원)를 도둑맞은 것보다 자신이 복용해야 할 약이 없어진 것을 더 걱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압둘 아지즈(41ㆍ사진) 왕자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파리에서 당한 강도 사건 후 보였다는 반응이다. 르피가로와 뉴욕타임스 등은 20일(현지시간) “이 반응으로 왕자의 막대한 재산을 가늠할 수 있다”며 “프랑스 경제가 활기를 잃으며 국민의 삶은 팍팍한데 수도 파리는 아랍 왕자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전했다.

보도 전문 채널인 프랑스24는 “프랑스 정부가 서둘러 유감의 뜻을 표한 건 아지즈 왕자의 삼촌인 왕세자 살만 빈 압둘 아지즈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9월 회담을 의식한 것”이라며 “사우디의 비위를 맞추려 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1970년대 영국 런던으로 몰려드는 중동 오일머니를 두고 “이젠 런던이 아니라 이슬람식으로 런더니스탄이라 불러야겠다”고 했던 프랑스 역시 “중동 부호들의 놀이터”로 묘사되고 있는 셈이다.

중동ㆍ러시아 갑부들이 앞다퉈 정착하고 있는 런던은 이를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라마단 후 몰려오는 중동 관광객을 ‘라마단 러시(Ramadan Rush)’, 10월 초 중국의 국경절 휴가는 ‘골든 위크(golden week)’라고 부른다. “중동의 수퍼 리치들이 런던을 놀이터 삼았다는 해외 비판에 신경 쓰지 말자”(파이낸셜타임스)부터 “경제활성화 등 순기능이 더 많으니 질투할 게 못 된다”(이브닝스탠다드) 등의 주장이 주류다.

문제의 사건 당사자인 아지즈 왕자는 2005년 사망한 사우디의 파드 전 국왕의 막내아들이다. 한때 아버지 애정을 독차지하며 장관직을 수행했으나 아버지 사망 후 권력 2선으로 물러났다. 프랑스ㆍ중동 현지 언론은 왕자에게 가까운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젊은 나이에 권력에서 멀어지자 인생의 즐거움에 집중하기로 일찌감치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유럽ㆍ미국의 부동산을 포함해 수 조원의 자산가인 그는 “장난기 많은 플레이보이” 라고 불린다(미들이스트 모니터). 여행 때는 현금을 가득 채운 트렁크를 몇 개씩 들고 50여명의 경호원을 대동한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에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을 본 딴 건축물을 짓도록 하는 등 ‘큰 손’으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그런 그가 전용기를 타고 즐겨 찾는 곳이 파리다. 이번 강도 사건도 그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특급호텔 포시즌 조르주상크에서 45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던 길에 당했다. 이 호텔의 디럭스 스위트룸은 21일 현재 최저가 1박 숙박비가 502만7000원이다. 그가 묵은 최고급 객실 가격은 비공개다. 사건 이후 왕자의 전용기는 파리 인근 르부르제 공항을 떠나 스페인 휴양지 이비자 섬으로 향했다. 그가 레스토랑 직원에게 8만유로(약 1억8500만원)를 팁으로 준 적이 있는 휴양지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