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과제안고 고민하는 「늙은곰」|공산당대회 계기로 본 소련의 당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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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6차 소련공산당대회가 오늘부터 3월2일까지「모스크바」에서 열린다. 5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이 대회는 소련뿐 아니라 전세계의 공산당대표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계공산당 총회의 성격을 띤다.
올해엔 소련의「아프가니스탄」 침공과 대 「폴란드」정책에 항의해「스페인」 의 「카리오」 와 「이탈리아」의 「베룰링구에르」등 서구의 주요공산당지도자들이 불참을 선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그렇다고 이번대회의 중요성이 퇴색하지는 앉는다. 80년대중반까지 소련을 이끌 권력구조와 정책의 틀이 여기서 공식확정된다는 점만으로도 이대회가 국제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이번 당대회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들은 하나같이 소련에는 우울한 것들 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란드」의 노동자 운동은 공산「블록」전체를 위협하고「베트남」은 이제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공산권 내분의 상징이 됐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최근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온 「데탕트」는「레이건」의 출현으로 아예 자취를 감추기 직전이다. 4만6천「마일」중소국경에서의 긴장감도 여전하다. 농업을 비롯한 국내경제는 사상최악, 말할 수 없을 정도다.
77년 공산당의 위치를 더욱 강화한 새헌법제정이후 차음 열리는 이번당대회는 모든 상황으로 보아 소련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있는 계기가 돼야 할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거나 소련정책이 중요한 방향전환을 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암울한 분위기에서 결국은 「기존체제와 노선의 유지」라는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물론 그런 가운데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몇가지가 있다. 귄력구조의 움직임,대「폴란드」정책논의, 국내경제정책, 「레이건」미행정부에 대한 자세등은 그 현상과 조짐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 서있는 사람은 당서기장이며 최고회의간부회의의장(국가원수)인 「레오니드·브레즈네프」다. 74세로 역대 소련수뇌중 최고령. 집권17년째로 다섯명의 미대롱령을 거치면서 4번째로 당대회를 주재한 이 노거인이 이번대회에서도 계속 자리를 굳힐 것은 확실하다.
약간이나마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브레즈네프」를 제외한 당·정부·군의 지도부다.
정부의 개편은 지난해 10월「코시긴」이 물러나고 「티흐노프」가 수상에 취임한직후 실시됐다.
10년래 최대규모라는 이 인사이동에서 70세넘은 2명의 부수상과 7명의 각료가 해임되고 4명의 새 부수상이 임명됐다. 군의경우 지상군 총사렴관과 군관구사령관들이 대폭 교체됐다. 인사의 공톰점은 세대교체. 고령의 고참간부들이 무더기로 물러나고 보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섰다.
그리나 정작 소련권력구조의 핵인 당정치국에서는 별다른 세대교체가 없으리라고 서방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소련식 거두정치의 주체인 당정치국은「브레즈네프」 와 함께 늙어왔다.
14명의 정치국원의 평균연령은 69세. 70세이상만도 7명이다.
이중 8순을 넘은「펠새」 (81· 당통제위윈장)와「우스티노프」 국방상(72)은 세대교체를 위해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지만 「수슬로프」 (78·「이데올로기)담당서기)나 「키릴렌코」 (74·행정담당서기)등 장로들은 「브레즈네프」가 있는 한 함께 버티리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현재의 소련 지도체제가 이번 당대회를 무사히 넘긴다해도 74세의「브레즈네프」가 5년후의 27차 당대회까지 집권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않다.
특히 소련이 지금 처해있는 공경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 멀지않은 장래에 어떤 형태로든 협력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않다. 이번대회에서는 이러한 「장래의조짐」 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소련공산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5개년 경제계획. 이번대회에서는 『질과 劾率의 향상』을 목표로 한 재11차5 개년계획 (81∼85년)이 채택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당중앙위총회에서 확정된 이 계획은 예전과 달리 연평균 경제성장목표를 3·5%로 낮추면서 농업부문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할「혁신적」인 내용은 없는 맥빠진 계획이라는 평이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농업생산의 만성적 부진이다. 소련의 곡물부족은 고질적인 것으로, 초년대들어 매년 평균 9백만ton 씩을 수입했지만 79년과 80년의 대흉작은 소련의 기준에서 봐도 끔찍한 것이었다. 80년의 수확량은 1억8천9백만ton, 목표량 2억3천5백만ton에 20%나 모자란다. 그런데도 군비증강의 속도는 늦출줄을 모른다. 미국이 GNP의 6%내외만을 방위비로 쓰는데 비해, 소련은 11∼13%가 매년 군사비로 돌려진다. 15∼18%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GNP총액이 미국의 60%에 불과한 소련이 미국군사력을 능가하려다보니 힘겨운 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소련의 내정문제외에 관심을 끄는것은 「폴란드」사태에 대한 당대회의「총의」다. 관측통들은 이번대회에서 소련이「바르샤바」 동맹국 회의를 소집,「폴란드」노조와 국민들에 대한 경고장을 던질 것으로 본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개입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박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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