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팎 좀맞이 채비|정원 가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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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추운 겨울을 난 정원의 관상수들도 봄 손질을 해줘야 한다.
향나무·사철나무·회양목 등 상록수들은 보기 싫을 정도로 길게 자란 가지들만 대강 쳐 주는 것으로 겉 손질을 끝내고 나무 안쪽의 죽은 가지, 거미줄, 고엽 등을 말끔히 청소해 주는 것이 급선무. 나무에 끼는 해충들도 추운 겨울을 피해 나뭇가지에 낀 오물 속에서 월동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겨울 나무허리를 싸 두었던 가마니·짚 등 월동치장들도 2월말∼3월말까지는 모두 풀어내 가급적 병충해 방지를 위해 태워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꽃이나 열매를 보기 위한 식물로는 진달래, 철쭉, 목련, 매화, 앵두, 모과 등이 있는데 봄이 됐다고 꽃이 피기도 전에 거름을 듬뿍 준다 든가 하는 과잉보호는 금물.
식물도 영양이 풍부하면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기는 하지만 만개한 꽃이나 많은 열매를 즐기려면 도리어 영양분이 약간 모자란 듯한 상태가 가장 알맞다.
다만 나무를 보 하려면 꽃도 다지고 열매도 다 맺을 만큼 맺은 뒤 부엽토나 계분 등의 거름을 주는 「산후 조리」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병충해를 막기 위한 농약도 꽃이 한창 일 때 주면 나비나 벌들이 찾아오질 않아 많은 열매를 기대하기 힘들다.
돈을 좀 들여 정원수를 새로 사다 심을 때는 농장이나 화원에서 어릴 때부터 자주 옮겨 심어 뿌리가 길게 뻗지 않은 대신 잔뿌리들이 밀생해 있는 나무를 골라야 적응을 잘 한다.
옮겨 심을 때도 뿌리가 상하지 않게 분을 잘 떠서 다 심을 때까지 분을 깨뜨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이왕 돈을 들일 바에야 일당 1만원 정도를 주고 정원사 등 전문가의 손을 비는 것이 안전하다.
새로 심은 나무는 뿌리가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약 1년간은 버팀목을 해 주는 것이 좋다.
가격은 높이 2m쯤의 향나무면 2만2천원, 3∼5년생 장미가 3천5백원, 40㎝쯤 자란 회양목은 7천원 정도로 품종과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잔디손질>
잔디 손질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3월 중순쯤에는 손을 보아야 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잔디갱신. 사방 15m쯤의 네모꼴로 잔디밭을 바둑판처럼 분할 한 칸씩 걸러가며 떼를 떠낸 뒤 잔디를 떠낸 부분에 부엽토 등 유기질이 많은 흙을 곱게 덮어주면 새싹이 내려 약 2달 후엔 보드랍고 보기도 좋은「젊은 잔디」가 빈터를 완전히 메운다.
이렇게 매년 번갈아 가며 경신을 해주면 자연스레 바둑판 무늬가 생겨보기도 좋고 또 잔디는 자주 깎아주고 잡초도 자주 뽑아줘야 뿌리가 잘 내리고 잎은 짧고 보드랍게 돼 좋다.
비료로는 25㎏ 1부대에 5천원 정도 하는 요소비료를 물에 타서 뿌려준 뒤 다시 물을 흠뻑 줘 잔디 잎에 묻은 요소비료를 씻어내 준다.

<꽃가꾸기>
담 벽에 붙은 좁은 공간이나마 화단을 가꾸고 철 따라 1년생 화초들을 바꾸어 심는 것도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는 도시생활의 피로를 푸는 좋은 청량제.
보통 생선궤짝 한판에 12∼15포기를 담아 1천5백∼3천5백원까지 하는 모종을 사다 심어도 좋지만 지금부터 1봉에 1백∼3백원 하는 꽃씨를 사다 집안에서 길러 식목일 때쯤 마당에 옮겨 심는 것도 해봄직하다.
「아파트」나 마당이 좁은 가정에서도 생활의 지혜를 동원하면 손쉽고 재미있게 화초를 기를 수 있다.
우선 조롱박·풍선초·나팔꽃·접시꽃·꽈리 등 우리에게 친근한 화초를 골라 꽃씨를 사온 뒤 꽃씨를 잘 틔우기 위해「가재」수건이나 현「스타킹」등에 꽃씨를 싸서 30도 정도의 더운물에 30분쯤 담갔다가 20도쯤의 실온에서 마르지 않게 1∼2일 놓아두면 싹이 막 나올 정도가 돼 꽃씨를 심자마자 싹이 트게된다.
꽃씨를 심어 모종을 기를 때도 굳이 화분을 살 필요가 없다.
자동판매기의 종이「컵」, 이 빠진「코피」잔을 이용해도 좋고 특히 달걀 담는 옹기는 좁은 면적에 많은 모종을 가꾸면서도 뿌리가 서로 엉킬 염려도 없어 좋다.
비교적 좁은 땅에 화단을 가꿀 때는 담벽 등을 이용, 3∼4단으로 선반을 만들어 흙을 깐 뒤 햇볕이 안 드는 밑단에는 담쟁이덩굴을 길러도 좋고 쑥갓, 상치, 마늘, 파 등 집에서 채소를 길러 무공해식품을 자급자족하는 것도 절약시대를 사는「아이디어」.
이때 맨 윗 단에는 관상용 화초를 심어 미적 효과를 거둔다.(도움말=이문기·한국원예기능사회장, 강상권·경연원 대표)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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