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5년 미국「폴로리다」로 이민간 시인 박남수씨(64)가 미 발표작품 60여편을 추려 『사슴의 관』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시집을 냈다.
서시와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박씨가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야만했던 깊은 사연을 담은 시도 보여 눈길을 끈다.
박남수씨는 자신을 곧잘 갈매기로 표상 했으며 동료시인들에 의해「남포의 갈매기」라 불리기도 했다.
1·4후퇴 때 월남하여 『초롱불』 『갈매기 소묘』 등 시집을 내면서 우리 시단에서 순수한 「이미지」와 첨예한 주지주의 지성으로 한국현대시의 정상을 차지하는 활약을 보였음에도 빈곤에 시달렸던 박씨는 자신의 이민이 원해서가 아니라 유배 가는 심정으로 떠나는 것임을 이 시집의 『김포별곡』이란 시에서 밝히고 있다.
이 시집 제4부의 시들은 박씨의 작품계열에서는 드물게 심정적이고 고백적인 면을 표출하고 있어 도미직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안녕, 안녕』에서는「웃지 말라 꾸짖지도 말라/쉽게 이야기하지 말라/…」며 막일이라도 해서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떠나는 심정을 곡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박씨는 도미 후 청과상을 차려 실패하고 조그만 「슈퍼마킷」을 경영해 그런 대로 생활기반은 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사그라질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시 『옛 벗을 그리며』에서 지훈을 그리며「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고/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을 때에도/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나는 이승에 있고/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우리는 헤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고 쓴 것처럼 박씨는 이별을 부정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조국과 헤어져 있지 않다는 논리와 통한다.
박씨는 미국에 건너간 후 바쁜 생활 속에서도 7∼8편의 시를 썼다. 이 시집의 서시『한 방울의 눈물』에서 박씨는 시인으로 충실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자괴심과 이를 뛰어 넘어 시인의 사명을 더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씨의 미국주소는 610, Fouch Stone, Cjv, Port, Orange, Florida, 36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