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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속에 총 넣고도 세관 무사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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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에서 17일 발생한 러시아인 총격 살해 사건은 우리나라도 이제 총기 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범죄에 사용된 총기가 불법으로 국내에 반입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총기 밀반입과 유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기류 밀반입은 러시아 선원들이 부산항에 본격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1990년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그러나 세관의 인력과 장비 부족 등으로 효율적인 감시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태=러시아 선원 푸시카 빅토르(30)는 2001년 10월 부산 시내 한 여관에서 성관계를 거부하는 러시아 여성에게 실탄을 위협 발사했다가 구속됐다. 당시 사용한 총기는 감천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스페인제 공기권총 1정과 납탄 6발이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01년 9월에는 독일인 선원 클라우스 뮐러(63)가 인천공항을 통해 권총과 실탄을 반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뮐러는 같은 달 초 울산항을 통해 이 총기류를 밀반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세관이 1995년부터 99년까지 적발한 밀반입 총기류는 2백22정에 이른다. 그러나 이같은 적발 건수는 2001년 3건, 2002년 8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세관 관계자는 감소 이유에 대해 "러시아 어선이 주로 입항하는 감천항 보안시설의 강화로 밀반입 시도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감시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허술한 감시체계= 2001년 10월 경찰에 구속된 러시아선원 빅토르는 경찰에서 "총과 납탄을 상의 안주머니에 넣고 부두검색대를 통과했지만 신분증 검사만 받고 그냥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당시 검색대에는 금속탐지기 등 총기류 반입을 체크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으나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양수산청은 부두를 출입할 때 상륙허가증과 선원수첩, 선원명부 등 3가지 서류를 확인한다고 했으나 당시 출입자에 대한 기록을 하지 않아 빅토르가 상륙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부산항의 경우 북항.감천항.다대항 등 32개 부두에 부산본부세관이 18개 초소를 운영,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다. 이들 초소엔 2백24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원으로 하루 평균 7천5백여명의 출입자를 검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또 감천항 8개 초소 중 X-레이 투시기는 2곳에만 설치돼 있다. 세관측은 "휴대품이 있는 출입자는 X-레이 투시기가 있는 초소를 통해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릴 땐 구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부산세관은 18일 "총기류 밀반입 대책을 마련해 러시아 선박이 주로 정박하는 감천항.남외항과 수리조선소의 선원 휴대품 검사와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선내 검색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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