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찬, 새인생 '들배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현대 코끼리씨름단의'청각장애 장사'윤석찬(32)선수가 샅바 대신 작업복을 입은 산업 근로자로 변신했다. 윤선수는 지난 3월 경북 영천장사 씨름대회를 마지막으로 17년간의 모래판 생활을 접고 현대중공업 설계운영부 복사실 직원으로 탈바꿈했다.

1m88㎝.1백15㎏으로 사무실이 좁아 보일 만큼 덩치 큰 신입사원의 임무는 배를 지을 설계도면을 분류, 설계사무실과 현장 70여곳에 전송하는 것. 한달 남짓 지났지만 직원들과 수화(手話)로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해 낸다.

윤씨는 수화로 "긴장한 탓인지 모래판에서 상대했던 씨름선수보다 설계도면 한권이 더 무거운 것 같다"며 땀을 흘렸다.

윤씨가 이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것은 먼저 터를 잡은 울산 농아인 축구대표팀 배경삼(35) 감독의 도움이 컸다. 입사 11년째인 배씨는 경남 농아축구 대표선수로 활약하는 등 사내에서 축구.탁구.족구 등에 뛰어난 만능 스포츠맨이다.

배씨는 5월 울산시 동구 서부구장에서 열리는 전국 농아인 축구대회 준비로 바쁘고, 윤씨는 다음달 천안에서 열리는 전국 장애인체육대회에 유도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사내 체육관에서 몸을 다듬고 있다. 선수시절과는 달리 간단한 식단과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윤씨는 살이 더 빠지면 배씨의 축구 조기회에도 가입할 계획이다.

울산=허상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