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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함박웃음에 큰 보람 느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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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무대에 서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제 천직인 것 같습니다."

1980년대 MBC-TV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백장미' 역을 맡았던 아역 탤런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극중에서 '순돌이'와 짝을 이뤄 인기를 끌었던 최정화(25.(右))씨.

현재 서울 롯데월드 어드벤처 공연팀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지난 16일 2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삼성소리샘복지관에서 청각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을 펼쳤다.

"우리 팀은 종합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9년째 봉사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각장애 아동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일부러 시각적인 측면을 강조해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아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됐을 때는 70여명의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아무런 반응 없이 조용히 무대만 응시해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고 한다. 장내 분위기가 활기를 띤 것은 崔씨를 포함한 피에로(광대)들이 길다란 요술 풍선을 불며 무대로 나왔을 때였다.

풍선이 뚱뚱한 피에로들의 손을 거치면서 칼.오리.쥐.푸들.꽃다발.왕관 등 온갖 것으로 변했다. 무대를 바라보던 어린이들은 어느새 崔씨를 둘러싸고 "칼" "나는 오리" 등을 외치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달라고 졸라댔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초등학교를 마치고 연예활동을 접어야 했던 崔씨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월 45만원의 학원비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커피숍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손님들이 "장미 아니냐"고 아는 체하는 게 부끄러웠다고 한다.

99년 롯데월드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참가했던 공연팀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방황을 끝낼 수 있었다. 대형 수레를 끌고 춤추면서 입장하는 '퍼레이드 타이틀', 죽마를 타고 어린이들에게 풍선을 불어주는 '키다리 피에로' 등이 그동안 그가 맡았던 역할이다.

지금은 고교 시절에 배웠던 한국무용을 활용해 각시.춘향 등 우리의 전통적인 인물에 대한 배역도 소화하고 있다.

崔씨는 이런 와중에도 틈틈이 재즈댄스를 익혀 강사 자격증을 땄고, 지난해부터는 방송통신대 경제학과에 다니고 있다.

글=권근영,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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