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즈 2백년의 명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계적 권위와 품위를 자랑하는 지령 1백96년의 영국의「더·타임즈」가 과연살아남을것인가.살아남는다면 무게있는 신문으로서의전통이 이어질것인가.경영적자때문에 폐간위기에 놓였던「더·타임즈」를 호주의 신문왕「루퍼트·머도크」가 맡겠다고 나서자 영국에서는 이신문의 장래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이 신문은 최근 잇단노사분규(70년내내 노사분쟁으로 휴간하기도 했음)와 부진한 기술혁신 때문에 경영이 악화되어 그 존폐문제로 오랫동안 떠들썩했다.
결국 소유주 「톰슨」경(「캐나다」의재벌)은 지난해10월 적자경영에 견디다못해 이 신문을 방매키로 결심했다.
지난1월하순 적자투성이의 이 신문을 인수하겠다고 나타난사람이「루퍼트·머도크」(49) 였다.호주사람인 그는 성과 범죄관계기사로 지면을 채워 호주는 물론 미국·영국에서까지 「황색신문의 대제국」을이룩하는데 성공한 신문광이다.
그는 「타임즈」지(발행부수 30여만부)와 4개의 자매정기간행물을「톰슨」경이소유한 「톰슨」재단으로부터인수(8백45억원의 인수가추정)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는 품위를 지켜온 「타임즈」지의 편집정책이 무너질까 우려하는 이 신문의 종사원들과 영국 지도급인사들을 의식해서 자신은『돈은 내놓겠으나 입은다물고 있겠다』고 선언했다.그러나「머도크」는 12일까지 이 신문의 기자노조등 7개노조가 「타임즈」지인수에 따른 감원및 신기술의 도입에 관한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여줄것을요구했으며 만약 이안이「비토」 된다면 자신은「타임즈」지 인수 획에서 손을eP겠다고 말했다.
「머도크」의 구상이자 요구는 바로 감량경영.
각부문별로 20%에서 50%의 감원을 단행하고 임금은 83년10월까지 동결하겠다는것이 줄거리.인쇄·편집관계의「컴퓨터」화는 2년후에 실시하고「타임즈」사의 관련 간행물의 인쇄는 「런던」이 아닌 지방으로 옮긴다는것.
「머도크」가 이 신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때 거의 모든계층의 영국인들이『마침내「타임즈」지마저 황색신문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고 우려를 나타냈다. 「머도크」의 행적을 살펴보면그러한 우려가 어쩌면 현실로 나타날수 있다는 짐작을 갖게한다.
「옥스퍼드」졸업생인 그는52년 부친이 사망하자 언론계에 뛰어들었으며 부친이남긴 약간의 터전에서 출발하여 일간지4개, 일요신문3개, 「텔리비전」방송국2개, 잡지2개를 소유하는언론왕국을 건설했다. 철저한 상업주의정신으로 선정적인 편집방침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방식으로 최대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선」지(약3백90만부)와 일요신문「뉴스·오브·윌드」(약4백80만부)를 운영하고있다. 76년 경영난에 허덕이던「뉴욕· 포스트」지를넘겨받은뒤 진보주의적인 색채의신문을 성과 폭로기사등으로 채워 발행부수를 50만부에서 70만부 이상으로끌어울렸다.
그래서 그는 어느덧『보도의자유와는 관계없는「핑크」신문왕』『정치개입과 목치기가 취미인 독재자』란별명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머도크」의타임즈지인수가 발표됐을때 야당 노동당의「푸트」당수는『영국의 위대한신문을 도색신문왕의 수준에 띨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독점금지위원회에 조사를 명령하라』고 「대처」영국수상에게 요구했다. 「머도크」의 신문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있는 「대처」여사가 이 요구에 묵묵부답하고 있다.
「머도크」 는『편집권의 독립을 지킨다.그러나 사실의 잘못은 추방하겠다』『편집국장 선임에 기자참가를 요구하고 있으나 그것은 허용할수없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여성에게 읽히는 신문을 만들고싶다』『광고를 많이 얻어특집판을 내겠다』는등 입을 벌리고 있는것도 현실.
그래서『돈은 내지만 입은 다물겠다』는 「머도크」의 약속이 과연 지켜질는지에 대해서도 노조측은 의문을 풀지못 고 있다.
더구나 4천명의 조합원가운데서 적어도 1천명, 많으면 2천명까지 해고되기때문에 노조는 필사의저항을 하고있다. <이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