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면 구인난 … 국민은행, 채용 규모 매년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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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 올 하반기와 내년, 2016년에 추가로 100명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5년 내에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면 ‘역(逆) 일자리 대란’이 생길 것을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은 19일 “장기 인력 시뮬레이션 결과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적절한 인원을 신규로 채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예측으로는 매년 500명 수준으로 뽑아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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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290명으로 늘어난다. 상반기에 채용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와 국가유공자 자녀 65명을 포함하면 올해 355명을 뽑게 된다. 지난해에는 해외 대학출신 전형(46명)을 포함해 236명을 채용했다. 올해 해외 우수 인재 전형을 없앤 점을 감안하면 국내 대학 졸업자 선발인원이 190명에서 29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숫자는 내년 400명, 2016년 5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21년 61.6%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714만명)가 서서히 퇴장하는데 이들을 대체해 노동시장에 진입할 자녀 세대(1985~1993년생·596만명)는 100만명 이상 적다. 심각한 노동력 공급 불균형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채용 확대는 이러한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기를 감안해 분석한 내부 시뮬레이션 보고서에 근거했다. 이 은행은 임직원 수 2만2000명, 점포 수 1100개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썰물처럼 인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그때 가서 1000명씩 뽑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다. 현재 매년 100명 내외인 퇴직자들은 5년 뒤 500~600명, 이후 700~800명까지 늘어난다.

 변수는 직원 수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다. ‘뱅크 3.0’의 저자 브렛 킹은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2020년이면 영국·일본·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의 은행 절반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선 2016년쯤이면 스마트폰이 은행권에서 가장 주요한 금융서비스 채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의 오프라인 채널인 지점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김기환 인사부장은 “현재 수준으로 200명씩만 뽑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할 때 가서 1000명씩 한꺼번에 뽑는다면 인력 피라미드 구조가 엉망이 된다”며 “은행원 재직기간을 30년으로 잡고 매년 500명씩 채용하면 1만5000명이 되는데 여기에 중도퇴직자를 고려하면 전체 인력은 1만2000~1만3000명 선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도 하반기 대졸 공채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이 개선된데다 신규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은 250명, 신한은행은 210명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각각 50명이 늘었다. 지난해 83명을 뽑았던 하나은행도 100~150명으로 채용 인원을 늘린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점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은행도 지난해 수준인 2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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