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에 첫 야외박물관 건립|선사시대 주거형태를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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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선사유적박물관」이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건립된다. 문공부 문화재관리국은 30일 선사시대의 주거형태를 복원하고 발굴된 현장유물들을 전시, 학생들의 역사공부 견학장 등으로 활용키 위한 야외사적박물관 건립계획을 확정했다. 오는 4월 착공, 금년 말까지 완공예정인 암사동 야외박물관의 총 건립예산은 3억원-. 건립예산은 문공부가 1억원을 지원하고 서울시가 2억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건립부지는 지난 79년7월 사적267호로 지정된 1만평의 암사동 선사주거지(서울 강동구 암사동155의16일대).
문화재 관리국은 이미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원용 교수(서울대), 한병삼 국립경주박물관장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복원할 선사주거형태를 수혈식 원형과 말각방형집으로 확정하고 그 모형 및 설계도까지 완성했다.
복원될 선사시대의 집은 모두 8채로 기원전 3천년전 선사인들이 살았던 주거지들이다.
현장 발굴유물의 탄소년대 측정결과 신석기시대부터 금속기에 이르는 선사주거지로 판명된 암사동 선사주거지의 주거형태는 원형의 움막집과 나무기둥을 사방으로부터 구부려 잇고 지붕을 덮은 어린아이들 모기장 같은 말각방형집의 두 종류-.
문화재 관리국은 이같은 선사주거형태 외에도 노지 등을 복원하고 전시관을 건립, 그동안의 발굴과정에서 수습된 즐문토기·무문토기·옹관·돌도끼·돌촉·골편 등의 선사유물들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준공후의 관리운영은 서울시가 맡아 유지관리를 위한 약간의 입장료만을 받고 주로 초·중·고교생들의 단체「학습견학장」으로 개방할 예정-.
문공부의 이같은 야외선사유적박물관 건립은 7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많은 선사유적지가 발굴됐지만 아직 하나도 복원, 전시되고 있지 않아 새로운 문화재사업의 하나로 창안해낸 것이다.
암사동 선사주거지는 67년 전국대학연합발굴조사에 의해 최초로 생생하게 남아 있는 선사주거지임이 확인됐다.
71년 국립중앙박물관의 3차에 걸친 발굴은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을 영위했던 선사인들의 취락지라는 사실확인과 함께 5기의 원형 및 말각방형 주거지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밖에 노지를 발견하고 대형 즐문토기·석부·석촉 등의 석기유물을 대량 발굴하기도 했다.
그후 계속 연차발굴을 실시, 75년에는 5개의 주거지가 각각 시대가 다를 뿐 아니라 시대를 달리하는 3개의 문화층이 있음을 확인, 고고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제1문화층은 흙색의 사질층으로 선사의 고대층과 백제시대층이 엇갈려 있는 채 건물지·옹관·백제토기 등이 노출돼 있었다. 제2층은 절문토기·무문토기 등이 출토돼 신석기 후기 층으로 추정됐고 제3층에서는 11개의 주거지와 말각방형 주거지의 기둥자리·골편 등이 발굴돼 기원전 3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 당시의 생활상을 역력히 보여줬다.
따라서 암사동 선사주거지는 선사유적지로는 한 장소에 여러 시대의 역사가 축적, 보존된 귀중한 사적으로 학계의 공인을 받았고 야외박물관이 건립되게 됐다.
문공부의 이같은 야외박물관건립은 근래 보기 드문 훌륭한 문화재사업발상으로 각계의 중은 반응과 함께 호국선현유적의 복원·보수 등에만 치우침으로써 호된 비판을 받던 문화재정책에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서 크게 기대된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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