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노린 작전 적중|김철호, 예상 뒤엎고 「오로노」에 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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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상크리스토발 (베네쉘라) 25일 연합】무명의 신인 「복서」 김철호 (20)가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25일 상오 11시 (한국 시간) 남미 「베네쉘라」의 「상크리스토발」시에서 벌어진 WBC(세계 권투 평의회)「 슈퍼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라파엘·오로노」 (베네쉘라)를 9회 KO로 제압,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타이틀」을 탈취했다.
이로써 김철호는 김기수·유제두·홍수환·염동균·김상현·김성준·박찬희·김태식에 이어 한국 복서로서 9번째로 세계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으며 작년에 세계 「타이틀」을 모조리 잃어 침체에 빠진 한국 「프로·븍싱」에 재기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철호는 이날 시종 「오로노」의 「스피디」한 예공에 고전을 면치 못해 패배가 결정적이었다가 9회 중반 일발의 「러키·펀치」로 「오로노」를 「다운」시켜 경악의 KO승을 장식했다.
김은 강력한 「레프트·어퍼커트」를 「오로노」의 복부에 적중시켰으며 「오로노」는 휘청거리면서 「로프」에 밀렸다가 곧 무릎을 꿇은 후 「캔버스」에 누워 버렸다.
경기장을 메운 「베네쉘라」의 2만여 관중은 이 한 순간의 역전극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김철호는 이 한방의 「러키·편치」가 터질 때까지 일방적으로 「오로노」의 날카로운 공략에 허덕여 「베네쉘라」 관중들은 「오로노」의 낙승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노」는 「푸트·웍」과 「스피드」에서 김철호를 월등히 앞서 8회까지 착실히 득점을 쌓아 심판 전원 일치의 판정승이 확실했었다.
김은 끈질기게 「오로노」를 쫓아 다녔으나 유효타를 거의 터뜨리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오로노」측은 김의 「펀치」가 「벨트·라인」 아래를 가격한 불법이었다고 항의를 제기했다. 「오로노」의 「세컨드」며 「매니저」인 「라피토·세데뇨」씨는 주심에 항의한 후 WBC에 판정 번복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크리·클레이턴」 (미국) 주심은 『김의 「펀치」는 「오로노」의 아래쪽 복부를 가격했으나 분명히 「벨트·라인」위의 합법적인 곳』이었다고 단정, 「오로노」측의 항의를 일축했다.
「클레이턴」 주심은 『KO가 발생하기 전 8회까지도 「오로노」가 훨씬 우세했던 것으로 채점되었다』고 밝히고 『「오로노」의 패배는 완전히 불운이었다』고 「코멘트」했다.
「오로노」는 작년 2월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의 이승훈을 2-1 판정으로 이겨 「챔피언」에 올랐으며 이번 4차 방어전에서 실패, 11개월만에 왕좌에서 물러났다.
WBC 「슈퍼플라이」급 7위로서 도전했던 김철호는 이로써 15승 (7KO승) 1무1패를, 「오로노」는 14승 (7KO승) 1무1패를 각각 기록했다. 이날 김의 체중은 52·1kg, 「오로노」는 52kg으로 대전했다.
경기 장소인 「상크리스트발」시는 「베네쉘라」 수도 「카라카스」로부터 동북방으로 8백km떨어진 지방 도시다.

<전 대통령이 축전>
전두환 대통령이 25일 남미의 「베네쉘라」에서 열린 「프로」 권투 WBC 「슈퍼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승리해 「챔피언」이 된 김철호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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