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값」"검은 손"에…|악사는 서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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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술잔이 몇순배 돌고난 뒤『야, 풍악 좀 울려라』고 소리지르면 등장하는 요정과「룸·살롱」의 임대 악사들-요즘 술자리에선「호스티스」이상으로 필요 불가결한 주석 감초다,
화려한 조명과 넓은 무대는 없어도 일류 관광요정이나 이태원동·한남동 일대의 고급 「살롱」에 출연하는 악사들은 최근 2천만원 씩의 보증금을 걸지 않고는 자리를 구할 수 없는「텃세」가 있다.
불황을 타면서 관광 요정이 대중 음식점으로 바뀌고「살롱」들의 휴·폐업이 늘자 이들 임대 악사들의 연주료와 보증금을 떼어먹는 악덕 업주들이 등장,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변두리「살롱」의 경우 보증금은 1백만∼3백만원. 그러나 시내 중심가에 들어서면 1급 「룸·살릉」의「기타·맨」 보증금은 7백만원선. 3인조「캄보·밴드」는 2천만원의 보증금을 걸어야한다.
요정이나「살롱」에 6개월 고정 계약을 맺고 있는 악사는 3백여「팀」에 8백여명. 낙원동 악사시장에서 전화를 받고 1일 고용되는 거리의 악사까지 합치면 3천여명이 서울에 있다.
평균1시간 연주에 받는 수고비는 손님들의 손크기에 달렸지만 후암동·영남동 일대의 고급「살롱」에서는 평균3만원 경기가 좋을 때는 하룻밤에 세탕씩 뛰어 1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단체 관광객을 주로 받는 요정의「캄보·밴드」는 최하 1회 연주에 5만원에서 10만원을 받지만 고참 순으로 4·3·3제 또는 5·3·2제로 나눈다.
그러나 연주비 중 또다시 주인과 3·7제, 4·6제, 심하면 반반씩 나누어 악사들의 한달 수입은 30여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서울 춘양각 관광요정의「밴드·맨」K씨(36)는 이름있는「비어·홀」이나 극장식 주점에 출연하는 대형 악단보다는 못해도「방꾸나오시」(1일 고용 뜨내기)에 비해 연주의 질이 훌륭하다고 했다. 연주가 나빠 손님의 판잔을 받으면 다음 번 계약이 취소되기 때문에 연습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요정 악사들은 대부분 고교「밴드」부나 군악대 출신. 한 악단이나 개인「플레이어」가 소화할 수 있는「레퍼터리」는 2백여곡. 손님들이 제일 많이 요청하는「황성옛터」「눈물젖은 두만강」등 흘러간 옛 노래를 비롯, 최근 유행하는 곡까지 쉴사이 없이「코드」 를 외야 한다는 것이다.
한남동 A「살롱」「기타·맨」Y씨는 때로는 손님들의 술 주정도 받아야지만 연주 솜씨를 칭찬하거나 손님과 호흡이 맞을 땐 하룻밤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한국 연예인 협회 연주 분과 위원회 이상우 회장은 79년 이후 경기가 나빠지자 변두리에서 연주하던 K모·C모씨는 하루 수입이 3천원에 지나지 않아「색서폰」임대료도 못내 자살까지 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 와서 요정·「살롱」주인들은 전에 없이 수도료·전기사용료 등 명목으로 연주료의 30%를 때거나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악사를 구타하는 사레가 늘고있다.
이번 서울 시경이 거리의 악사를 울린 악덕 업주를 수사하는 것은 서민보호라는 측면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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