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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 출신' 백지선 아이스하키 감독, "한국 평창올림픽 출전 가능성 충분"

중앙일보

입력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누빈 두 명의 한국 아이스하키 전설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인 최초 NHL에 진출한 백지선(47·미국명 짐 팩) 신임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과 박용수(38·미국명 리처드 박) 코치다.

백 감독은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매일 매일 발전하는 보이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을 4강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68·네덜란드) 감독이 개막 50일을 남기고 밝힌 출사표와 비슷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하루에 1%씩 기량을 향상시켜 개막 때 10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 살에 캐나다로 이민간 백 감독은 1990년대 초반 NHL 피츠버그 펭귄스 수비수로 2차례 스탠리컵 우승을 거뒀고, 2005년부터 9시즌간 아메리칸하키리그(AHL)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 코치를 역임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스피로스 아나스타스(29) 캐나다 대학 1부리그 레스브리지대 감독이 "어릴적 NHL 카드를 수집할 때 백 감독을 처음 알게됐다"고 말할 정도다. 아나스타스는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게스트 어시스트턴트 코치 자격으로 백 감독을 보좌한다.

백 감독은 지난달 24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4년간 아이스하키 총괄 디렉터 겸 남자대표팀 감독직 계약을 맺었다. 3살 때 미국으로 이민가 NHL 738경기에서 241포인트(102골 139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미국 대표로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한 박용수도 게스트 어시스트턴트 코치로 백 감독을 보필한다.

백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것을 항상 꿈꿔왔다. 가족들과 떨어져야했지만 한국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왔다"며 "뚜렷한 목표와 꿈이 있다면 성취가 가능하다. NHL에서 열정, 연습, 원칙을 갖고 뛰었다"고 운을 뗐다.

백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충분하다"며 "선수 선발 때 캐릭터, 열정,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서는 "선수를에게 항상 경쟁을 강조한다. 퍽을 갖고 있지 않으면 빼앗아 오고, 1대1에서는 밀리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한국어가 서투른 백 감독은 "어린 나이에 떠나 한국어가 부족하지만 계속 배우고 있다"며 "하키는 공용어이기 때문에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당면 과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다. 세계랭킹 23위 한국은 지난 4월 안방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에서 5전 전패, 내년 대회 그룹B(3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지역예선을 통과해 올림픽 출전권 획득 가능성이 매우 낮은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활을 위해 노력 중이다. 김정민 협회 홍보팀장은 "백 감독이 9월 IIHF 총회에 참석해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 계획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감독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과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와 코치도 동반 성장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수 코치는 "백 감독님이 NHL 장벽을 깨줘 나도 NHL에서 뛸 수 있었다. 한국인 만의 근성과 투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올림픽에 나서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선수 경험을 한국 선수들에게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 감독과 박 코치는 18일부터 22일까지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18세 이하 대표팀 선수 선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고, 25일부터 29일까지 남자 대표팀 후보 선수 초청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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