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질서는 남이 안 봐도 지켜야 하는 것 이대강사 포이트라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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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작년 가을학기 동안 매주 화요일에는 아침 8시까지 고려병원에 도착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화 대학교 사회사업을 전공하는 대학원 학생 2명이 고려병원에서 실습하는 것을 지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 그 시간은 교통이 무척 복잡하여「택시」잡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일입니다.
제가 이학대학교 후문 앞에서「택시」를 기다리는 중 교복을 입은 학생 두명이 타고 있는 「택시」가 내 바로 앞에서 멈췄습니다. 타 보니까 모 고등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내가 탄 곳에서 얼마 안 가면 바로 그 학교라 운전수가 얼른 학생을 보고 어디서 내리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중의 학생 한 명이『담당 선생이 아직까지 안 나왔을테니까 정문 앞까지가도 돼』라고 대답했습니다.
「택시」는 학교 정문 앞에서 섰습니다. 나는 달리는「택시」안에서 뒤를 돌아보니까 두 학생은 서로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면서 가벼운 걸음으로 학교 앞 언덕길로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 깜빡 할 사이에 생긴 일이지만 이 일이 머릿속에서 잘 떠나지 않았습니다.
법이라든가 질서같은 것은 누가 보거나 안보거나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공부를 하고있는 학생들까지가 법이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 걱정과 고민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너무도 흔한 문제지만 너무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본 나는 이런 문제는 그 나라의 오래된 풍습이나 도덕적 타성에 연유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만큼 일반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더 깊이 해석하면 바로 일반적인 양심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한국사회가 여러 면에 많은 발전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통이 좋아졌고, 고층 건물이 많이 섰고, 어느 정도는 생산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이고 물량적인 발전에 비해서 인간의 양심과 도덕적 수준은 반대로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이 더 먼저여야 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도덕과 양심이 타락한 사회나 국가는 그 장래가 매우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아무리 물질적인 것이 풍부해도 도덕과 양심의 뒷받침이 없으면 행복한 사회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 자>
▲30년 미국「노드다코타」주 출생
▲59년 미국「콜럼비아」대학 대학원 졸업(사회 사업학 전공)「포이트라스」교수(한국명 박대인·감리교 신학대학) 와 결혼 내한(한국명 김진희)
▲67년 이후 이대 사회 사업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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