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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오미 베끼기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하고 있지만 후안무치한 '베끼기 전략'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며 최근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는 17일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UI)인 미UI(MIUI) 6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 매체인 폰아레나는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부끄러움 없이 iOS를 베낀 것(the most shameless iOS rip-off you'll ever see)"라고 비판했다. 아이콘의 모양이 너무 흡사한데다 색상과 서체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카메라와 캘린더·계산기 등도 거의 동일하다. 폰아레나는 “샤오미가 애플을 베끼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샤오미는 철저한 '애플바라기(애플+해바라기)'로 유명하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따라하고, 심지어는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준이 청바지와 검정색 터틀넥을 입고 새 제품을 소개한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한 프리젠테이션을 '벤치마크'한 것이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올 2분기에 샤오미는 중국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아 1위로 부상했다. 중국 선발업체인 화웨이와 레노버는 물론 삼성전자까지 제친 것이다.

또다른 중국업체 구폰(Goophone)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도 않은 삼성 갤럭시 노트4의 짝퉁인 N4를 중국시장에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폰아레나가 보도했다. 삼성의 짝퉁폰을 전문으로 만드는 구폰은 5.7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미디어텍의 옥타코어(계산 유닛이 8개) 프로세서, 3기가바이트(GB) 메모리, 1300만 화소 카메라 등의 스펙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안투투 벤치마크에 따르면 프로세서 성능은 삼성 제품에 그다지 뒤지지 않지만 3D 그래픽 성능이 좀 딸리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외관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를 미리 준비해 놓고 삼성이 디자인만 발표하면 그대로 입혀 제품 이미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삼성은 다음달 3일 언팩드 이벤트에서 갤럭시 노트4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짝퉁 전략의 성공에도 해외는 물론 중국 내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는 자체 토론광장에 최근 ‘모방의 달인, 샤오미의 최후 운명은?’이라는 주제를 올렸다. 6만여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설문에서 60% 이상이 ‘샤오미가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새로 도입한 4세대(4G) 서비스용 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할 정도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지금까지처럼 ‘고급 저가폰’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시장까지 감안한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연간 3억5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반면 샤오미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만 6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허권 침해 문제 등을 감안하면 해외진출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폰아레나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업체가 미국과 유럽시장에 진출한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방 문제 때문에) 먼저 애플의 제소에 직면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샤오미가 중국 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사진= 폰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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