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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찬숙과 박신자 농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국 여자농구의 일세를 풍미한 박신자씨(40)가「아시아」의「슈퍼스타」로 성장한 박찬숙양(22·태평양 화학)을 체육관으로 찾아왔다.
-박신=정초부터 훈련이냐. 살살해도 우승은 따논당상일텐데.
-박찬=한국 화장품에서 칼을 갈고 있어요. 숭의여고 후배인 김영희(18·1m96cm)가 새로 입단해서 호락호락 넘어가겠어요?
-박신=그동안 찬숙이「플레이」를 유심히 보니까「슛」할때 어깨를 너무 숙이는 것 같더라. 국내에선 장신이 없어 통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싸우려면「볼」던지는 타점을 높여야 해. 특히 너보다 6cm나 큰 영희하고 맞서려면 신경을 써야할걸.
-박진=서양 선수들과 경기할 때「슛」자세가 자연히 높아지더군요. 그렇지만「슛·타임」을 더 빨리하는 연습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영희는 키도 크고 덩치도 나를 압도해서 거북은 해요. 그러나 영희 정도는 제칠 자신이 있어 신경은 안 쓰고 있답니다.
태평양 화학은 지난해「라이벌」한국 화장품과의 대결에서 5승1무로 무패를 기록했다. 박양은 평균득점 30점 대에다「리바운드」도 10개 정도를 잡아내는 등 태평양 화학 전력의 거의 절반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에 김영희, 삼성에 김화순이 각각 입단함으로써 당장 오는 23일 장충 체육관에서 개막되는 제35회 종합 농구 선수권대회는 볼만한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박찬=언니(남자 선수로 이같은 연령차면 선배 또는 선생님으로 부를텐데 박양은 서슴없이 이같이 호칭한다)는 저와 같은「센터」였는데 대회가 끝나면 몸이 아프지 않았어요? 저는 어떻게 상대방들의 집중 공략을 받는지 대회만 끝나면 몸에 멍도 들고 며칠동안 끙끙 앓 아요.
-박신=그건 어쩔 수 없잖아. 상대방이 몸을 부딪치면 그걸 재미로 알고 투지를 일으켜야지 신경질을 내면 나는 물론「팀」마저 자멸하고 말지. 나는 박정희 장군배에서 일본과 한참 싸울 땐 손가락이 골절되고도「기프스」를 하고 뛰었어.
박씨는 최근「롯데」백화점「스포츠·코너」에서 여성들의「스포츠」에 관한 자문역할을 하고, 또 퇴역 선수들의 모임인「바구니·클럽」의 일원으로 YMCA에서 1주일에 한차례씩 농구를 즐기기도 한다. 박씨는 다시 태어나도 농구를 하겠다며 젊음을 불사른 농구에 대해 후회가 없단다.
이점에 대해선 박찬숙도 어릴 땐 큰 키로 눈물도 많이 홀렸지만 이젠 도리어 큰 키에 감사한다며 동감한다.
박신자씨는 틈이 나면 외국어 공부를 꼭 하라며 자리를 떴다.<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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