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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신종범죄 「따오기」-사설 금융 사기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따오기」로 불리는 악덕 사설금융업소의 사기가 늘고있다. 급전을 빌 사람, 돈을 놓을 사람을 함께 모아 양쪽 돈을 따먹고 달아나는 이들의 사기행위는 잡힐듯하면서도 계속 꼬리를 물어 「따오기」의 별명이 붙은 것. 서울YMCA 시민중계실(간사 오재관)에 올들어 접수된 20여건의 고발내용에 따르면 사기금융업자들은 주로 ▲고액이자를 미끼로 현금을 맡은 뒤 잠적하거나 ▲고의로 원금상환일자를 어기게 하여 비싼 담보물을 가로채고 ▲2중·3중으로 저당된 담보물건을 투자자에게 넘기는 등의 수법을 쓰고있다.
악덕 사설금융업자들의 활동무대는 주로 서울 무교동·광교 일대와 종로1·2가 부근의 사채시장으로 5∼10평 정도의 사무실을 6개월 정도 빌어 전화를 가설, 신문광고 등을 통해 고객을 모은 뒤 목적을 이루면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쓰고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올들어 이 같은 수법으로 돈을 따먹고 잠적한 사설금융업소는 삼영공사·유일금융·새한금융·한진공사·산업공사·극동산업·동남산업 등 7개소로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현행 소개영업법이 신고만 하면 사무소를 차릴 수 있도록 되어있고 설령 들통이 나더라도 벌칙(1천2백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이 약한 점을 악용, 6개월 정도의 사기행각 후 잠적했다가 장소와 업소명칭을 바꿔 다시 사무실을 차리는 「잠수함 식」수법으로 서민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시민 중계실에 접수된 피해사례 중 박수환씨(52·서울 명륜동4가)는 퇴직금(1천1백만원)을 사설금융업소에 맡겼다가 사기를 당했다.
모회사 지방지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박씨는 지난 7월28일 『월4푼의 이자 보장』이라는 광고만 믿고 서울 종로2가에 있는 사설금융업소 동남산업을 찾아가 감정가 2천4백만 원짜리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1천1백만원을 투자했다.
박씨는 처음 3개월 동안은 이자를 받았으나 11월분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동남산업사무실을 찾아갔더니 이미 잠적한 뒤였다.
박씨는 잡고있던 담보물의 주인 김모씨(45)를 찾아갔으나 담보물은 이미 다른 사람이 1순위로 가등기 되어있어 자신은 권리주장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확인결과 동남산업이 등기부 열람조서를 위조, 권리순위를 허위로 만들어 놓았음을 밝혀냈다.
또 79년10월 새한금융에 시가 2천만 원짜리 집을 담보로 맡기고 4백만원을 빌어 썼던 라균상씨(34·서울 태평로2가)는 박씨와는 반대의 「케이스」.
매달 4푼5리의 이자를 물다가 지난7월 원금 중 1백40만원을 갚았으나 8월 새한금융이 부도를 내고 달아나자 엉뚱하게도 임모씨(51)가 채권자라며 찾아와 『4백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나씨는 등기부를 열람한 결과 담보를 맡기면서 새한금융에 가등기를 하기 위해 준 위임장과 인감증명을 이용, 임씨에게 4백만원을 받고 채권을 넘겨준 사실을 밝혀냈으나 법으로 해결할 길이 없어 『집을 날리게 됐다』고 호소했다.
또 성호갑씨(53·서울 수유동 52)는 지난 8월30일 서울 종로2가 동남산업에 집을 맡기고 8백50만원을 빈 뒤 3차례에 나누어 원금 중 7백50만원까지 갚았다.
성씨는 11월28일 국민은행에 상호부금을 얻으려고 가등기말소를 위해 회사를 찾아갔으나 동남산업은 이미 달아나 없었고 자신의 집은 이모씨(51)에게 가등기설정이 돼있어 이씨에게 8백50만원을 더 갚아야 말소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성씨가 해결을 위해 채권자를 모으자 동남산업으로부터 피해를 본 채권자만도 1백여 명이나 됐고 떼인 돈만도 1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할 경우 피고소인에게 소환장을 내고있으나 이미 회사거주지가 불명이거나 소환에 응하지 않고 대부분 수령자 불명으로 되돌아오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있다고 말했다.
또 투자 분에 대한 세금추적 등이 두려워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약점을 사설금융업자들은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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