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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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은 자기주변, 자기가 사는 사회에 대한 지식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 환경에 대한 그 나름의 인식과 정보를 전제로 그의 사회에 대한 적응은 이루어지며, 개인의 모든 결정은 순수한 주관의 산물이기보다는 자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제요소를 감안한 결과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에서의 정상적인 삶을 가능케 하자면 필요한 정보의 공급이 끊임없이 있어야만 하고 정보공급의 체계, 또는 공급통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한다. 뿐만 아니라 공급되는 정보의 질 역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1차 적으로는 자기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방법에 의해, 또는 제3자에 의해 간접적으로 공급되기도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선 대부분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에 의해 공급되기 마련이다. 자기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결정이나 시장의 동향, 사회의 온갖 움직임에 관한 정보는 오늘날 대중매체를 떠나서는 획득하기 어렵다.
만일 정보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사람은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해 그 나름의 방법으로 정보를 찾기 마련이며, 공급된 정보라도 질이 떨어지거나 일반적인 기대치에 미급할 경우엔 그 정보의 소화·해석에 이상이 초래되기 마련이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정보갈구현상이나 공급된 정보에 대한 회의가 적다. 건강한 사회는 상당한 수준의 신뢰가 바탕이 돼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통로에 의해 공급되는 정보는 신뢰성을 갖게 되며 굳이 그 신뢰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사회의 소수파 또는 이단자가 되기 쉬운 것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의 상술 속에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 완벽한 정보공급이란 이상이며 그런 점에서 유언비어가 전무한 사회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유언비어란 필요한 정보의 공급이 부족하거나 정보통로 또는 그 내용에 대한신뢰성이 떨어질 때 창??한다는 점에서 그 사회의 건강도, 또는 신뢰도를 재는 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최근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항간에는 군과 관련된 악성 유언비어가 돌고있고 이룰 고의적으로 날조, 유포시킨 사람들을 검거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퍼뜨렸다는 유언비어는 대부분 군과「권력」에 관련된 것으로, 이런 내용이 널리 퍼질 경우 시국불안을 가져오고 민심안정에 유해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당국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이를 포착하여 진상을 밝힌 것은 그 악성 유언비어의 전파를 미리 막고 국민일부에서나마 조성됐을지 모를 의혹을 해소하는 기민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당국은 이런 면에 더욱 유의하여 조금이라도 사실무근한 낭설들이 떠돌아다니는 기미가 보이면 그때그때 진상을 발표하는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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