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 잡부금이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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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각급 학교에서 졸업을 앞두고 졸업기념품, 교사사은선물이라는 등의 이유로 갖가지 잡부금을 걷고있어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일부 유치원에서까지 학부모들에게 원아졸업기념품으로 온장고나 「컬러」VTR를 강요하고 「크리스마스·파티」를 내세워 한복을 맞춰 입도록 하는 등 사치풍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치원생 가운데는 각종 잡부금을 거두기 시작하는 2학기에는 유치원을 그만두는 현상까지 늘고있다.
서울 서초동 사설 S유치원의 경우 12월말 졸업식을 앞두고 지난달 중순 난방비 명목으로 원아 1명당 1만원씩을 거두었고 12월초에는 학사복에 학사모를 씌우고「컬러」로 가로 20cm, 세로 30cm 크기의 졸업사진을 액자에 끼워준 뒤 1만원씩을 거뒀다는 것.
또 「크리스마스·이브」에 졸업「파티」를 한다고 학부모와 원생에게 모두 한복을 맞추도록 했고 졸업기념품으로 온장고와 「컬러」TV 등을 지정, 학부모들이 분담하도록 했다.
잠실에 있는 A유치원은 1백60명의 원생 1인당 1만원씩을 거둬 지난달 졸업선물로 VTR과 「컬러」TV를 산후 학부모들만 초청, 이상한 「필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유치원에서는 이밖에도 철 따라 제복을 맞추게 하고 소풍 철에는 단체로 T「셔츠」까지 사게 하는 것은 물론 원장이 지은 동화책 등을 교재로 강매하는 등으로 학부모들에게 보육료 외에 월 3만여원씩의 부담을 주었다는 것이다.
유치원의 잡부금 징수사례가 늘어나자 부담을 느낀 일부 학부모들은 10월말쯤부터는 어린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김순덕씨(32·주부·서울 신림동 157)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한달 후면 방학을 하는데도 수업료·잡부금 등 5만여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유치원을 그만두게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도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지방의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서울 마포구 S여고의 경우 3학년 졸업반은 2천원씩 거두어 담임·부담임 교사에게 손목시계·커피세트 등을, 2학년은 1천원씩 모금하여「디지털·라디오」를 각각 선물했고 영등포의 L여중에서는 3학년 각반에서 1천원씩, 실장이나 학생간부들은 이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본인의사에 따라 낸 뒤 모아진 돈으로 담임교사에게 손목시계를 사주었다.
또 대구시내 일부 상업고등학교들은 졸업예정자들 중 취업이 확정된 학생들로부터는 4∼5만원까지 교사 선물비를 거두고 있다.
대구시 B상고의 경우 12월초 학급실장이 앞장서 은행 등에 취업이 확정된 학생들은 4∼5만원씩, 나머지 학생들로부터는「성의 것」내도록 하여 담임교사 양복과 선물비를 쓰고 남는 돈은 연말사은회비로 충당키로 했다는 것.
또 여자고교에서도 가정예절·요리실습·꽃꽂이 지도 등을 위한 생활관 입소교육을 실시하면서 실습교육 마지막날에는 학부모를 생활관으로 초대하여 수업참관을 시킨 뒤 학생들로부터 큰절을 받게 하고는 돈 봉투를 내놓게 하여 학교에 희사토록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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