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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분기 성장률 뚝…소비세 인상 충격

중앙일보

입력

일본 소비세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추가 양적 완화(QE)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내각부는 “올 2분기(4~6월) 경제 성장률(예비치)이 -6.8%(연율)였다”고 13일 발표했다. 직전인 올 1분기엔 6.1%였다. 소비세 인상 탓에 성장률이 곤두박질한 셈이다. 또 2011년 1분기(-6.9% )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나쁜 성장률이다. 다만 예상치(-7%)보다는 조금 나았다.

이날 도쿄 주가는 조금이지만 오름세를 보였다. 닛케이225는 전날보다 0.35% 정도 올라 1만5213으로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BOJ)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QE 자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였다”고 전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아서 시장이 반색한 게 아니란 얘기다.

올 소비세 인상(4월부터 5%→8%) 충격은 1997년 인상 때보다 크다. 그해 4월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렸다. 그 바람에 그해 2분기 성장률은 -3.2%였다. 경제수축 규모가 올 2분기 절반도 되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리의 전망(아베-구로다 시나리오)이 일단 빗나갔다"고 평했다. 두 사람은“소비세 인상 쇼크가 1997년 같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비 위축이 화근이었다. 올 2분기 소비지출이 직전 분기와 견줘 5.2%나 급감했다. 예상치(-3.7%)뿐 아니라 97년 2분기(-3.5%)보다도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이른바 ‘소비절벽’이다. 반면 기업들의 재고투자 증가율은 -2.5%로 예상(-3.0%)보다는 덜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소비세 인상 부담이 가계와 기업 사이에 불균등하게 배분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소비세 인상으로 올 한 해 가계는 5조 엔, 기업은 3조 엔 정도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제 관심은 ‘3분기 이후 일본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도쿄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 3분기 성장률은 2.9%“라고 전했다. 그런데 3분기 성장률이 좋아진다고 일본 경제 앞날이 밝다고 할 순 없다. 97년에도 3분기 성장률이 1%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후 성장률은 다시 떨어져 98년 1분기에는 -7%대까지 내려갔다. 이른바 ‘소비세 침체’였다. 이번에도 소비세 침체가 되풀이 될까.

로이터는 “소비지출 흐름을 보면 침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소비지출 감소는 구로다 등 BOJ 통화정책위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7월 통화정책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 대부분이 소비가 예상보다 급감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일단 아미다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상은 “필요하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표가 좋지 않을 때 늘 내놓는 성명으로 들리기 십상인 말이다. 그래서 시장의 관심은 구로다 BOJ 총재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3~4일에 BOJ 정례 통화정책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아베는 추가 QE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세 침체가 되풀이되면 그의 경제 운영 전략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아베는 경제가 올 소비세 충격을 어렵지 않게 타고 넘으면 내년 10월쯤에 소비세를 현재 8%에서 10%로 또 올릴 요량이다. 국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다.

로이터는 “소비세 추가 인상으로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지 않으면 일본 국채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며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어 국채 이자가 오르면(국채 값 하락) 일본 정부가 이자 폭격을 맞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발표된 중국 7월 신규 대출이 예상치(7800억 위안)의 절반도 안 되는 3850억 위안에 그친 것으로 발표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방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는 와중에 신규 대출 급감이다. 이날 시장이 긴장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0.6% 정도 떨어졌다.

블룸버그 등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기업활동 둔화로 자금 수요가 줄어든 탓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7월치 산업생산도 예상치(9.2% 증가)보다 낮은 9.0% (전년동기대비) 증가에 그쳤다.

로이터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완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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