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움직일 수 있으면 환자 받아야|이런 것이 진료거부 행위다(보사부 유권해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환자를 병원문 앞에서 내쫓는 것만이 진료거부행위가 아니다.
응급환자가 병·의원을 찾아갔을 때 의사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닌 한 어떤 이유로도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기피해서는 안 된다는 보사부의 유권해설이 나왔다.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이후 환자와 의사간의 「진료거부」시비가 잦아지자 대한의학협회는 최근 판단이 모호한 19개항의 질의서를 보사부에 냈고 보사부는 4일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일반 병·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지만 『진료시설불비』 『비전문진료과목』 『입원실 부족』 『마취전문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을 때 이는 모두 진료거부행위에 속한다.
보사부는 비록 그와 같은 상태라 하더라도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응당 최소한의 응급조치(출혈의 경우 지혈조치)를 취한 뒤 충분한 진료능력이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하며, 일반환자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처치한 뒤 다른 의료기관으로 보내야한다고 못박았다.
또 보호자나 연고자 등 후견인이 동행하지 않아 수술승낙서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의원에서 의사가 먼저 온 응급환자를 수술중이거나 그 환자 곁을 잠시도 떠날 수 없는 상태에서 또 다른 응급환자가 찾아왔을 때 나중에 온 응급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은 진료거부행위가 아니다.
보사부는 또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불응,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바로 퇴원 또는 전원명령을 내리는 것도 진료거부행위로 규정했다.
이때는 퇴원조치 전에 최소한 2∼3회 이상 경고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
이와 함께 의사가 나이가 많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을 때도 당연히 진료거부행위에 속한다.
보사부 당국은 의사가 고령이나 건강이 나빠 환자를 돌볼 형편이 못되면 그전에 폐업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를 이유로 진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가 일시 과음 등으로 환자진료에 지장이 크다고 판단될 때는 의사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원의 의사가 자리를 비운 때나 건강상의 이유로 「휴진」게시를 했다 하더라도 관할보건소장에게 사전에 신고하고 폐문하지 않는 한 환자진료를 기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환자가 과음으로 의식이 혼미하거나 심신장애로 개인의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을 때도 지혈 등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진료거부에 속한다. 이밖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료비 지불능력이 있으면서도 계속 지불을 회피하는 환자에 대한 퇴원명령은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진료거부행위에 속하지 않는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요청하는 경우 모자보건법 등 관계법에 저촉되는 수술을 거부했을 때엔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의료보호·보험환자와 일반환자에 대해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왕진요청을 받았으나 그 순간 입원환자 진료를 위해 왕진을 거부할 때도 응급환자를 수술중이거나 중환자 곁을 잠시도 떠날 수 없을 경우에만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
▲응급환자가 아닌 환자가 피보험자증도 없이 보험진료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그냥 거부할 수 없다. 이때는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일반보험환자로 취급해 조치한 뒤 퇴원 때까지 피보험증을 갖고 오도록 하고 외래환자에 대해서도 친절한 안내로 피보험자증을 갖고 나오도록 해야한다.
▲대량출혈·약물중독 및 원인불명 등의 증상으로 생명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돼 당해의원에서 진료능력이 없을 때도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한 뒤 병원의료기관으로 보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