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늘어나는 새 학기 앞두고|대학가에 교수스카우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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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입학정원이 대폭 늘어나는 81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전국의 대학가에서는 부족한 교수확보를 위해 때아닌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각 일간지에 교수초빙을 알리는 광고가 부쩍 늘고 해외에 나가 있는 두뇌들의 유치계획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가 하면, 국내의「유능 교수」유치를 위해 보직부여, 주거용「아파트」제공 등 이른바「좋은 조건」을 내걸고「스카우트」에 나섰다는 소문도 들린다.
모자라는 교수문제는 신규채용에 의한 절대 수 확보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79년 말 현재 우리나라 4년 제 대학의 교원정원(대학설치기준 령에 따른 조교이상)은 1만4천4백48명이나 실제인원은 약 90%인 1만3천60여명으로 교수 l인당 학생 비는 약 1대27정도다.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학의 교수대 학생의 이상적인 비율은 1대10정도. 선진외국의 경우, 영국이 1대8로 가장 낮고, 일본이 1대19로 가장 높은데, 대체로 평균 15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27대1의 현 수준만이라도 유지하면서 내년도 입학생 증가분 7만3백50명을 「커버」하자면 약2천6백명의 대학교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인데, 전일수업제·기존교수의 강의 추가부담 등 해결방안을 고려한다 해도 상당수의 교수가 보충되지 않고는 문제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각 대학들은 지난9·29조치를「대학발전을 위한 획기적 조치」로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대두한 교수부족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내년도 입학정원이 모두 6천5백30명으로 금년보다 무려 3천2백 명이 늘어난 서울대의 경우 지금까지 교수 1천23명에 학생 1만4천1백60명으로 가장 나은 조건에 있었으나 교수대 학생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자면 앞으로 모두 1백인명의 교수를 신규 채용해야 할 형편이다.
고려대의 경우는 현재 교수3백21명으로 대학생 비는 1대31의 낮은 수준. 내년도 입학증원 분을 현 수준으로라도「커버」하려면 현 교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1백 명 정도가 새로 필요하다는 계산인데, 고대 측은 우선 사정이 급한 사대 쪽부터 교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 전 신문지상에 채용공고를 냈다.
성대의 경우도「학위소지자」를 우 선으로 60명 가량을 채용할 예정이며, 홍익대의 경우도 이공계·사범계를 주로 약 2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으로 있다.
교수확보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교수자격자의 절대 수 부족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들은 1차 공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교수유치를 위한 「특별조치」를 극비리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학원을 갓 졸업한 젊은 학자들은 숫자상으로 비교적 많고 채용도 비교적 용이하나 교수로서의 장래성과 질적 수준판단이 어렵다는 위험부담이 있으며, 해외에 있는 학자들은 그 수효도 적을 뿐더러 유치에 있어서도「상당한 대우」를 요구하기 때문에 고충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우선 손쉬운 방법으로 국내 타 대학에 있는 기성교수들을 노리게 된다. 이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전문대·지방대, 그리고 이른바 서울의 군소 대학들. 때문에 이들 학교들은 기왕에 확보해 놓은 교수들을 묶어 두는 한편, 부족한 교수를 새로 확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지방대인 J대의 경우 지난9월 부족교원 46명중 겨우 10명을 확보했으나, 지난번 증원조치로 내년엔 약 2백 명의 교수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기왕에 있던 교수들까지도「서울진출」을 노리고 있어 교수부족은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무턱대고 교수 수를 늘리다가는 나중에 교수의 질적 저하에 따른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므로, 우선 급한 대로 신입생을 위한 교양과목 강의실의 대형화, 교수들의 강의시간 추가부담, 그리고 도서관시설확충 등으로 해결하고, 정각 교수채용문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처리할 문제』라고 최근의 과열된 움직임을 경계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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