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론은 심문이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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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즈끼」 일본 수상의 대한 내정간섭 발언 및 일본「매스컴」들의 대한 편향보도에 대해 일본의 저명한 신문 평론가「도미이·이찌로따」(일본 신문협회 「매스컴」통신사장)씨가 이를 비관하는 기고문을 합동 통신에 보내왔다.
「김대중 재판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 관계는 드디어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동안 일부 일본 신문들의 대한편향 보도기사를 읽으면서 혹시나 우려해오던 것이 드디어 더 지고 만 것이다.
직접 원인은「스즈끼」수상이 최경록 주일 대사에게 김대중씨가 처형되면 한국에 대한 경제원조를 할수 없고 북한과의 교류 촉진이 여론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한 것이 내정간섭이 되어 한국을 크게 분노시킨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일본의 대한 자세가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즈끼」수상이 설사 객관적인 일본내 상황 설명이었다 할지라도 딴 나라의 내정 문제인 김대중 재판에 관해 직접적으로 내정간섭을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은 일본 국민들 가운데서도 지극히 비겁한 행위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국가간의 선린우호 관계는 정부와 국민이 분별을 지킬 때 이뤄지는 것인데 「스즈끼」수상의 발언은 도가 너무 지나쳤다. 이번 사건을 보고 이같은 비겁한 압력 방법이 일본의 국내 정치에서도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마저 갖게 한다.
한국의 경우 북괴와 대결을 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의해 노력하고 있는 터에 한국이 가장 증오하는 북괴를 무기로 하여 김대중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함으로써 한국국민의 격노를 유발시키게 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금 경제 재건과 새로운 질서의 형성이라는 상황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 밑에 국민이 일치단결, 협력하여 하루라도 빨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 단지 인권이란 미명을 정치도구로 이용하여 타국의 재판에 무책임하게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어느 나라보다도 우호관계를 촉진시켜야할 일본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한국을 따뜻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집요하게 김대중 재판에 참견하고 나서는 것은 한국정부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이제까지 착착 쌓아 온 선린 우호관계를 밑바닥에서부터 뿌리째 뽑아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다.
이것은 물론「아시아」의 평화와 일본의 안전도 위협하는 중대 문제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왜 일본이 김대중 재판을 문제시하는 것일까. 실제는 결코 일본자체가 김대중 재판을 문제시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한국 국민에게는 지극히 직송한 말이 될는지 모르지만 일본 국민의 거의 대부분은 김대중 문제를 알고있다손 치더라도 이에 관해 시비를 할 만큼 관심을 갖고있지 않다.
김대중 재판 아니 박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부터 광주사태 등 일련의 한국사태를 보도하는 일본「매스컴」의 보도자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일본 국내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이며 목적을 위해서는 사실까지도 날조하기가 일쑤라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음을 솔직히 밝혀둔다. 이들 신문사 특파원들이 사실과 맞지 않는 기사를 씀으로써 한국에서 퇴거 명령을 받은 것은 창피한 일이다.
김대중 재판에 관해 일본신문들은 흔히 『여론은…』이라고 보도하지만 그 여론이란 것은 신문이 유도한 일부 인사와 기자가 주관적으로 조작해낸 것이 대부분이다.
신문 독자란에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눈에 띄지만 조총련이 일본인 명의로 투고하여 날조되고 있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뭏든 현재의 일본 신문을『신문의「정도」가 반체제에 있다』 라는 미명하에 언론의 자유를 자기네 사정에 알맞도록 조각하여 편향기사를 부지런히 쓰고 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한국과 일본이 맞대어 있으며 두 나라 사이에는 서글픈 역사가 뒤얽혀 있다.
현재의 한반도 현실은 일본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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