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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등록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직자의 부패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공직자 재산등록제가 내년 7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비로소 실시될 예정이다.
「깨끗한 공직자 사회」의 구현을 위해 정부는 내년7월부터 1단계로 장관급 이상 공직자3백50명을 대상으로, 이어 2단계로 오는 82년부터는 2급 이상 약3천5백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실시키로 하고 이를 위해 연내로「공직자 윤리법」을 제정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규제적 조치의 한편으로 공무원 생활 보장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사기앙양 대책도 마련하여 발표했다.
공직자의 부패와 생계문제는 어느 정도까지는 내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깨끗한 공직자 사회의 실천 방안을 이 두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접근한 것은 올바른 문제인식이었으며, 재산 등록제에 있어서도 대상 범위를 2급 이상의 고위직으로 한정하고 이를 다시 장관급 이상과 그이 하의 2단계로 구별하여 단계적으로 실시키로 한 것은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새시대의 가장 큰 명제의 하나가「깨끗한 사회」의 구현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공직자 사회부터 깨끗해야만 한다는데 중론이 일치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깨끗한 공직자 사회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와 조치와 방침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이고도 획기적인 방안으로 꼽힌 것이 바로 공직자 재산등록제였다. 따라서 이의 채택, 실시는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문제는 모처럼 시도하는 이 제도의 실효성을 어떻게 보강하느냐에 있다. 정부 방침은 첫 신고 대의 재산출처는 불문에 붙이고 해마다의 재산증감을 신고케 하며, 불성실 신고 또는 은닉 행위는 처벌한다는 것이다.
신고대상 재산은 본인 외에 배우자 직계 존비 층의 것까지 포함시켰다.
이로 보아 성패의 관건은 성실신고를 하느냐 않느냐에 달려 있고 성실 신고의 담보는 조사·처벌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성실 신고나 은닉 행위 등이 감히 있을 수 없게 돼야, 또는 있을 경우 예외없이 처벌돼야 이 제도는 실효를 거두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조사하고 처벌할 사람, 다시 말해 이 제도를 집행할 사람의「의지」가 바로 이 제도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구조적 부패 또는 부패의 계열화란 말이 많았는데 부패의도가 이 지경이 되면 조사·처벌할 사람과 그 대상자간의 부패??대로 인해 제도의 장점 역시 사장되기 마련이다. 맑은 상층부가 있어야 하층부의 탁화도 방지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초기단계에서는 맑은 상층부의 확고한 집행의지로 하여「성실」외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확신이 공직자 사회에서 객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리하여 일단 제도가 정착하면「불성실」이 동료들간에서부터 빈축거리가 되는 자전력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빼돌리는게 상책이라는 풍조가 시행 초기부터 조성된다면 법을 어떻게 만들든 바로잡기는 어려워진다. 그럴 경우 신고 대상 친족 범위를 직계가족뿐 아니라 장인·장모·삼촌·사촌까지 확대한다거나 벌칙을 강화하는 따위의 노력만으로는 실효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법문의 정교함이나 엄밀성은 최대한 확보돼야 하지만 법만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다행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어느 때 보다 깨끗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의가 크고 지도층의 사명감 역시 높은 수준에 있으므로 공직자 재산 등록제의 성공적 실시의 조건은 비교적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이 제도의 1단계 질시 대상을 바로 최상층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된다.
당국은 공직자 사회의 부패 양태와 과정 등을 충분히 분석하고 타국의 입법례와 적용 실태 등도 참작하여 가장 실효성이 높은 법을 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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