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줄이려면|산소요법이 제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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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탄「가스」중독사고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연탄「가스」에는 매년 우리 주위에서 귀중한 목숨을 앗아가거나 때로는 치유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는「겨울철 사고」-.
그동안 연탄 「가스」중독 사고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많은 학술논문이 발표되고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됐으나 현재까지 과학적인 치료 방법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은 고압산소 치료뿐이다.
고압산소 치료는 연탄「가스」중독환자를 밀폐된 고압산소기에 넣어 대뇌에 높은 압력의 산소를 공급해 치료하는 방법.
현재 전국1백여 곳의 병원에 설치돼 있는데 그동안 평균 98·5%의 높은 치료율을 보여왔다.
이러나 병원에서의 치료율은 높지만 연탄「가스」에 중독된 환자들을 고압산소기가 설치된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숨지는 경우가 많아 환자를 발견했을 때부터 병원에 도착하는데 까지의 응급조치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서울대의대 윤덕노 박사(예방의학)는『현재까지 일산화탄소 중독치료를 위한 약물요법은 없다』고 단언하고『가정에서 약물로 치료하려고 하지말고 병원으로 빨리 옮기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는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의식을 잃지 않은 경우와 의식을 잃고 토사나 배뇨를 한 경우 등 2단계로 나눠 이에 대한 응급조치가 각각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의식을 잃지 않은 경우는 본인이 밖으로 나올 수 있어 그후엔 흔히 대증 요법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연탄「가스」에 중독되면 골치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며 메스껍다고 느끼는데 이런 증상을 없애는게 대증 요법이다.
연탄이 가정 연료로 사용되기 이전에도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경우 민간 전래로 김치나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방법이 쓰여 왔다.
요즘은 대증 요법으로 청량음료를 마시거나 진통제·발포성 소화제 등을 복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윤 박사는『대증 요법은 궁극적인 치료방법이 아니고 일시적으로 나타난 증상만을 제거해 줄 뿐』이라며『후유증을 없애는 치료는 반드시 병원에서 산소요법을 받아야 된다』 고 강조했다.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는 우선 고압산소기가 있는 병원에 연락하고 내의를 잠옷과 같이 공기가 잘 통하는 옷으로 바꿔 입히며 신선한 공기가 통하는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때 담요같은 것으로 환자의 몸을 싸 보온에 주의해야 한다.
윤 박사는 흔히 시골에서 환자를 밖으로 데려가 엎드리게 한 뒤 흙 냄새를 맡게 하는 방법이 많이 쓰여져 왔지만 밖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거나 환자의 몸을 차게 해 오히려 해로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탄을 쓰는 가정에서는 집 근처에 고압산소기가 설치돼 있는 병원의 전화번호를 눈에 띄는 곳에 적어놓고 만일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에 연락하거나 112(야간)전화를 통해 환자를 신속히 옮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윤 박사는『미국의 경우「앰블런스」나 경찰 순찰차에 산소장치가 설치돼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산소 요법으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장치를 설치해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충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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