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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8월의 성탄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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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14~18일 방한은 뜻깊다. 지난해 3월 즉위 뒤 겸손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종교·사상 배경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강조해온 세계적 지도자의 방한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그동안 겸손한 자세로 청빈과 금욕을 몸소 실천하면서 가난하고 힘없으며 곤궁에 빠진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 왔다. 관대함과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다른 종교와의 소통과 대화도 시도해 왔다. 고도로 발전한 물질사회 속에서 전정한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한국인의 가슴에 다가오는 말과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고 방한 중의 메시지와 행동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교황이 한국에 머무르는 4박5일도 겸손과 사랑, 그리고 대화를 실천하는 일정으로 이어진다.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단원고 학생들을 만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 있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밀양·용산·강정마을 주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을 보듬는 것은 사랑과 함께 사회적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17일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참석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세대 간의 대화라고 할 만하다.

 18일 명동성당 내 서울교구청에서 한국 종교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은 교황이 강조해온 다른 종교·사상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행사다. 교황은 비슷한 맥락으로 지난 6월 바티칸에서 앙숙인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정부 수반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교황이 이번 방한 중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간곡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16일 광화문광장에서 124위의 시복식 미사를 거행하고 솔뫼성지와 서소문순교성지, 해미순교성지를 찾아보는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에 뜻깊은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초로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이고 수많은 순교자를 내며 숱한 박해를 이겨낸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