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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키지 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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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향후 미국의 외교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대통령 당선자「로널드·레이건」은 한마디로 『연계(연계) 이론』으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있다.『연계 이론』은 이미「닉슨」대통령 시절에「키신저」국무장관이 추구했던 세계 전략이었다. 공화당 정통의 유산같지만 실제로는「키신저」특유의 개성이 반영된 외교 방식이기도 하다.
「W·서파이어」의『정치신어』에 따르면『하나의 문제에 관한 진전이 다른 문제에 관한 진전에도 필요한, 이를테면「글로벌」(세계적 전략)한 교섭 전략』을「연계 이론」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문자 그대로「링키지·디어리」(Linkage Theory)-. 외교적 기교로서는 쌍방의 양보를 교묘하게 얽어매는 방식이기도 하다. 마치 글자 하나 하나를 종횡으로 맞추어야 하는「워드·퍼즐」이나 다름없다.
역시「닉슨」같은 음모형의 정치가, 「키신저」 같은 지략형의 술수가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타산과 기량의 외교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카터」의 외교참모였던「브레진스키」는『선택적 방위 이론』을 전개해 왔었다.「키신저」식 외교가「적분법」이라면「브레진스키」식 외교는「미분법」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세계관의 차이에서 빚어진「델리키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이론도 세계를 보다 평화롭게 만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키신저」외교의 산물은 철두철미한『세력균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베트남」반도를 잃어버리는 역사적 연설을 기록했다. 세력 균형의「룰」에 의해 오히려 우방 국가에 공연한 고통을 준 것도 숨길 수 없다. 그「룰」에 저촉되지 않은 한 자유세계의 변방 국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미국은 상관하지 않은 것이다.
「카터」가 안팎으로「도덕 정치」를 외치게 된 것도 그런「키신저」식 외교에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브레진스키」의『선택적 방위 이론』도 역시 현실적으로「아프가니스탄」사태를 막지 못했다고 SALT (전략무기 제한 교섭) 협정의 타결에도 불구하고 소련은「SALT」에 저촉되지 않는, 다른 면에서 미국과의 균형을 짓밟고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외교는 어느 이론을 적용해 보아도 세계 평화에 눈부신 기여를 못한 셈이다. 「연계이론」과「선택적 방위이론」은 『어느 쪽이 덜 나쁘냐』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레이건」은 아마 이런 기준에서「키신저」식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고 안정과 행복을 갈구하는 자유 세계의 시민들은 역시 세계평화를 위해「덜 나쁜 정책」보다는「더 좋은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다「레이건」의「연계 이론」은 바로 평화와 연계되는 이론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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