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여건 불가·대우 충분치 않지만|꾸준한 연구로 적잖은 업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는 과학기술 개발과 경제 개발의 지속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해외 과학두뇌를 유치할 방침이다. 지난 68년 과학기술처가 조경철 박사(경희대 부총장)등 5명의 과학자를 최초로 유치한 이래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치 과학자는 올들어 5백명을 넘어섰다. 금년 8월말현재 집계된 유치 과학자는 5백51명. 이중 영구 유지(최소2년 이상 근무를 규정)가 2백80명,일시 유치(4주 이상 근무를 규정)가 2백71명으로 80%정도가 미국에서 돌아온 학자들이다. 정부 외에 학계나 산업계가 별도로 유치한 수까지 합치면 이들은 7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유지과학자들의 현황은 어떠하며 이들의 기여도, 문제점들에 대해 알아본다.
정부의 해외과학기술자 유치 목적은『해외 고급인력을 연구소·대학 및 산업계 등에서 효율적으로 활동토록 함으로써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경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가다.
여기서 유치란 국내에서의 근무 직장 확보와 부부편도 항공로나 이사 비용(영구유치), 또는 왕복 항공료(일시 유치)를 제공받아 귀국한다는 것을 뜻한다.
외국에서 5년 이상 20년까지의 학문 및 연구 경력을 쌓아 그곳에 기반을 닦은 이들이 귀국하게된 큰 동기는 대부분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승진할수록 차별대우 및 인종 문제가 심각하다는게 유치 과학자들의 말이다.
유치 대상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와 국내의 어려운 연구여건 등을 저울질하며 끈질긴 권유와 조국에서 봉사해야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귀국을 결심한다.
귀국 후 취업기관은 연구소(3백2명), 학계(2백5명), 산업계(15명), 정부기관(29명) 등이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정부 출연 연구소의 유지 과학자들이다.
산업계는「상당한 대우」로 자기의 특수분야 과학자를 유치하며, 학계는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보람이 있는데다 신분보장이 된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연구소는 계약제로 본인의 연구능력을 요구하며 연구비 확보라는 절박한 현실에 직면한다.
한국 과학 기술연구소 (KIST)의 경우 박사 82명 중 63%인 52명이 유치과학자들로 이들은 연구뿐 아니라 연구과제를 수락할 「스폰선」를 찾아 나서야 되는 실정이다.
KIST유치 과학자의 한사람인 박모 실장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귀국 후 4년이면 연구에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빈약한 연구시설·복잡한 행정절차 등은 긍정보다는 비판에, 연구보다는 행정에 관심을 쏟게 한다는 것이다.
과학원의 홍창선 박사(36·항공공학)는『보수나「아파트」제공도 중요하지만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 더욱 아쉽다』며 허술한 연구실을 가리켰다.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의 문제로 영구 유치 과학자 중 지금까지 6명이 다시 해외로 나갔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유치 과학자들은 각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에 매달려 많은 업적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KIST화학 공정 연구실장 윤창구 박사의『인광석으로부터 「우라륨」추출연구』라든가, KIST 응용광학 연구실장 최상삼 박사가 개발한「광섬유」등은 첨단기술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기 술이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70년대 초는 다른 직종에 비해 월등 높았지만 그 사이 경제발전 등으로 기업의 임금이 올라 지금은 별로 차가 없는 실정이다.
대학으로 정착하는 학자들은 다른 교수와 동등한 급료를 받으며 주택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없다.
국가 출연 연구소에 근무하는 박사들은 대부분 월40만∼8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으며 대부분이 연구소가 마련한「아파트」를 제공받고 있다. 자동차는 역시 일정한 직위이상의 직책을 맡아야 배정되는게 보통이다.
기업체에서 유치한 과학자들은 대개가 부장급 내지 이사 등의 직책을 맡아 귀국하기 때문에 보수에 있어서는 제일 나은 편이다.
한편 유치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바라는 사항을 보면 일정기간의 국내 연구가 끝나면 1년 정도의 해외연구를 하는 규정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 나오는 책을 통해 새로운 연구와 접할 수 있지만 요즘과 같이 과학 기술의 혁신시대에서는 역시 현지에 나가 그들과 어울려 어느 정도의 연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장재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