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문호의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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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외 유학의 문이 내년부터는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고급전문 기술인력의 양성을 위해 자연계 대학생의 해외유학 및 연수에 대한 자격과 전형절차를 완화했던 정부는 내년부터 비 자연계에 대해서도 대학2년을 수료하면 유학 자격을 주고 유학시험 면제범위도 확대, 대학 졸업자는 영어시험만 합격하면 유학이 가능토록 했으며 대학원 수료자나 6년제 대학 졸업자는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해외에 나가 외국의 발전된 학문과 문물을 배워 이를 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일이다. 더우기 우리나라처럼 기술개발에 힘쓰고 근대화를 앞당겨 완수해야 할 나라로서는 유능한 젊은이들을 널리 해외에 보내 선진 과학기술과 학문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유학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한 조사에 따르면 76년의 미국내 해외유학생은 26만4천여명으로 75년에 비해 20%가 늘어났다고 한다. 또「캐나다」는 외국 학생들의 유학이 과거 2년 동안에 무려 75%나 급증했고「스위스」 에서는 대학생의 20%, 교수의 25%를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가간의 장벽이 차차 허물어지는 이같은 국제적인 조류말고도 선진기술과 문물의 도입이 시급한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정부가 그동안의 해외 유학 억제 방침을 권장제로 바꾼 것은 당연하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5년간 유학생 총수는 약2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작년의 유학채화 이후는 급격히 늘어 작년 한햇동안 8백여명이던 것이 금년 상반기만해서 2천2백명이나 되었다.
8·15해방과 더불어 급증한 구미 유학생들이 신생 조국의「엘리트」양성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2만명 가까운 유학생 가운데 귀국자가 겨우 25%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75%의 두뇌 유출을 장려한 것 밖에는 안 된다. 물론 해외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유익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로 나간채 귀국을 기피한다는 것은 유학을 장려한 당초의 목적과는 정면으로 상충되는 것이다.
이들이 귀국을 않는 책임이 유학생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귀국 후의 취업보강, 연구활동의 계속과 대우보장 등 적절한 유입체제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외 유학생의 대부분이 미국으로 가고 전공과목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작년의 경우 유학 대상국이 22개국으로 광역화되었지만 아직도 73%가 미국이고 전공과목도 이공계·어문계·상경계가 68%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해외유학의 질이 양적 팽창에 비해 아직껏 다양화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앞으로는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더욱 많은 나라에 우리의 유학생이 진출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며, 우리의 국력을 세계에 심는다는 의미에서 발전도에 있어 우리만 못한 나라에 대해서도 유학의 길을 넓혀 주는 방안이 강구됨 직하다.
또 오래전부터 말썽이 되어온「사치성 유학」「관광 유학」이나 도피성 유학, 무작정 유학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국비 유학생 제도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사회일수록 각 분야별「테크노크래트」가 많이 필요하다. 해외 유학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을 계기로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국가의 동량이 되고 그들의 학식이 국가 발지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방안이 세워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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