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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구글이 후원하는 '칸 아카데미 … 학습 동영상 6000편, 공짜지만 깐깐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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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 연구원

칸 아카데미는 비영리 온라인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웬만한 온라인 교육 기업 뺨친다. 온라인의 특성인 개방성과 개인 맞춤형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칸의 진가를 알아본 곳이 많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구글 등이 칸을 후원한다. 설립자인 살만 칸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칸 아카데미의 지향점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세계적 수준의 무료 교육을 하는 것이다. 칸은 모든 교육 자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비영리기관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칸의 핵심은 무료라는 점이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 중심의 교육이다. 일반 학교와 달리 칸에서는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필요가 없다. ‘지식 지도’와 ‘대시보드(Dashboard)’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통해 학생은 자신의 학습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는 누구나 개인 특성과 능력에 따라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이 가능하다.

 수많은 무료 학습 사이트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다. 무료지만 성과 평가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은 자신이 받은 교육에 대해 반드시 평가를 받게 되고,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는 과목별 학력인증을 받을 수도 있다.

 칸 아카데미는 이 같은 개방형 교육 혁신을 오프라인과 비영어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0년 칸은 그들의 교육시스템을 미국 로스 알토스의 일부 학교에 도입했다. 학생이 교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지만 언제든지 교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교사는 칸의 평가 시스템을 통해 학생의 학습 방식과 평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학습 동영상을 영어 외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교육 내용 역시 풍성해지고 있다. 2006년 설립 당시에는 수학과 과학이 주류였다. 지금은 역사·물리·화학·천문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6000편 이상의 학습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10만 개 이상의 연습문제도 풀 수 있다. 지난해에는 매월 약 1000만 명이 칸 아카데미에 접속했고 학습 동영상은 약 4억4000만 번 재생됐다.

 온라인 학습 사이트는 이미 10년여 전부터 흔한 사업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칸 아카데미는 ‘그게 그거’라는 인식을 깨는 치밀한 교육 시스템과 무료지만 깐깐한 평가를 수반하는 역발상을 통해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경제동향분석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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