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사상 첫 무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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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김두겸특파원】조치훈8단과 「오오따께」 (대죽영웅) 9단간의 제5기 「명인전」 「아사히」 신문주최)도전 7번승부 제4국(8, 9일 「기후」 시)은 일본바둑사상 유례없는 이례적인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무승부는「오오다께」9단이 2백12의 수로 1백76의 곳에 패를 따냈을때 초읽기에 몰리면서 다음수를 생각하던 조8단이 기록원에게 『내가 패를 딸차례냐』 고 묻자 기록윈이『예』하고 대답하여 무심코 패감을 쓰지않고 2백13의 수로 1백85의 자리패를 따내 생겨났다.
조8단이 패감을 쓰지않고 패를 따내자 대국장에는 「어」하는 놀라움의 탄성이 튀어나왔으며 입회인 「이시다」(좌전) 9단과 「아사히」신문측은 즉각 바둑을 중지시키고 별실에서 협의에 들어갔다.
이때가 9일하오 10시40분. 입회인 「이시다」 9단과「아사히」신문측은 4O분간 일본기원관계자와 조8단의 형 조양연4단을 배석시키고 협의한뒤 『이 바둑을 무승부로 한다』 고 결정, 조8단과 「오오따께」 9단은 이에 승복했다.
입회인과 「아사히」 신문이 밝힌 판결문 전문은 다음과같다..
『대국자가 기룩원에게 「패를 딸차례냐」 고 확인하는것은 규칙위반이 아니다. 기록원이 「예」 하고 대답한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조8단의 실격패가 될수 없다. 이승부는 무승부로 한다』 이날 협의에서는 처음에 는 조8단의 반칙패로 분위기가 기울었으나 『기록윈은 심판이다. 심판의 판정에 따라 조8단이 뒀다.』
협의가 진행되는동안 조8단은 침통한 표정으로 『이런일이 있을수 있느냐. 너무하다』 며 자탄했다.
「오오다께」9단이 『이수가 어떠냐』 며 복기를 요청했으나 조8단은 침묵을 지켰다.
긴40분이 지난후 입회인「이시다」9단이 대국질에 들어와 무승부를 선언하자 두사람은 『알았습니다』며 일어섰다.
일본바둑사상 패감을 쓰지않고 패를 따내 무승부가 된것은 이번이 처음.
일본기윈규정에는 이같은 경우 실격패로 규정되어 있으나 「명인전」대국규정에는「비상사태가 있을경우 입회인과 주최측이 협의한다」 고 되어있다.
이날 바둑은 「오오다께」9단이 중반 사석작전으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자 조8단이 1백57, -1백59의 강수로 최후결전을 벌여 조8만이 덤을 남길정도로 뒤집혔다. 이에 「오오다께」 9단이 1백82, 1백84로 패를 걸어 마지막 대접전이 벌어지던중 이같은 「해프닝」 이 생겼다.
「아사히」 신문측은 제5국을 예정대로 22, 23일 양일간 「이즈」 (이두) 의 수선사에서 개막키로 하고 7번승부에서 3승3패1무로 동률이 될 경우 제8국을 열어 결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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