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당은 국민에 뿌리내린 나무로|새 법정신을 통해본 제 5공화국의 바람직한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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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도자
금 철 수 교수 <서울대법대·혜법학>
배 성 동 교수 <서울대사회대·정치학>
남 재 희 의원 <공화당 소속>
제5공화국의 정치기상도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 대통령제의 삼권분립원칙을 살린 새 혜법안에 담긴 정치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정치방향을 진단해 본다. 좌담에는 김철수 서울대법대교수(헌법학), 배성동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정치학)와 남재희의원(공화당소속)이 참가했다. <편집자주>
▲남재희의원=곧 개혜안이 공고되고 국민투표를 거쳐 확적되면 제5공화국이 정식으로 출범하게 됩니다. 헌법이 전공이신 김철수교수께서 먼저 새혜법에 담긴 정치제도의 특징이랄까, 정치방향을 먼저 말씀해주실까요.
▲김철수교수=새 헌법에는 복삭정당제룰 보장한 정당조합이있고 대통령을 선거인단이 뽑게해 어느정도 직선제의 요소룰 도입했읍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의 7년단임제입니다. 「멕시코에서는 6년단제인데 우리는 「프람스 식을 본받은 것으로 압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할수 있어서 그 점에서는 진보했다고 할수있읍니다.
▲배성동교수=저는 제5공화국이라는 말을 좀 따지지 않을수 없어요. 건국 32년동안 공화국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는 것인데 우리경우는「프랑스」식으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서구분된 것이 아닙니다.
새 공화국을 출범시키면서 이같은 정치적 격동이 왜 일어났던가룰 국민 모두가 반성함으로써 정치를 새로이 잘해보자는 결의률 굳게 할 수있겠읍니다.
세대교체가 새명분
▲남=실제적인 면에서 보면 제3, 제4공화국은 군과 민의 연립형태로 진행돼 왔었는데 이번에도 이 연립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읍니다. 이 과정에서 세대교체가 명분으로 등장했읍니다.
▲김=헌법차원에서 보면 이번 헌법을 강력한 대통령제라 하기는 좀 뭣합니다. 물론 그렇게 될수는 있지요.
그러나 유신체제에 비하면 많이 완화됐어요.
대통령제가된것이지 「강력한」 대롱령제로 간것은 아닙니다. 예를들어 과거에는 사전에도 내릴수 있었던 비상조치를 사태발생전에는 할수 없게됐고 국회가 해제를 요구하면 따르도록돼 있지요. 군민련립이라고 했읍니다만 정치적으로는 그렇게 볼수있을지 모르지만 헌법상으로는 군인은 현역을 면하지 않으면 장관이나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읍니다.
▲남=비유하자면 제3, 제4 공화국은 나사를 바짝 죈 제도인데 「10·26」후 이 나사가 확 풀리자 「삼여의 폭발」이라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그렇게 돼서 혼란이 생겼지요.
▲배=이번에 내건「캐치·프레이즈」는 과거 어느때보다 특이한 것같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전통유습을 과감히 개혁하지 못해서 나사률 죄어나가다가 느슨해지면 문제가 생겨나고 이런 것이 반복됐읍니다.
민족사의 흐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결의와 각오에서 보면 제도나 헌법같은 것은 과거의 것을 변경하는데 지나지 앓더라도 그것을 운영하거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실천하는데는 과거와는 다른 자세로 임해야 하지않나 생각합니다.
대통령선거를 간선으로 하고 단왕제로 했다는것은 합리적이고 온전한 권력행사를 지향하는 것같습니다.
▲남=새로운 정치라고 하면 먼저 새로운 정치세력을 어떻게 형성하느냐는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바탕에서 어떠한 세력을 키워 세대교체를 해나가느냐는 문제라 하겠는데요.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문제는 결국 정당문제인데 정당을 연합체적인 성격으로 운영해보면 어떠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의 정당은 참여의 폭이 넓지못했어요.
근로자·지식인·사회운동단체등등의 단체가 가입해서 연합체적으로 운영하면 보다 광범한 참여의 기회를즐수있고 국민적 지지기반도 더 넓어질수있지요.
우리사회에는 전향적 집단이 많이 형성돼있어요. 혈연·지연같은 것에 의한 퇴폐적인 집단이 아니라 산업사회의 진취적 「엘리트」들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있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다이내미즘」이 바로 민족주의입니다. 새정당에서는 그런 것이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읍니다.
▲배=정치세력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것은 그 세력의 구조와 기능입니다. 과거 공화당이 1백만당원, 신민당이30만당원이라고 호언했읍니다만 과연 국민의 밑바닥에 뿌리를 내렸느냐는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민의 밑바닥에서 자양분을 뽑아 올려 그것으로 나무가 자라는 그런 구조가 되지않으면 안됩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보면 지역사회의 발전과 연관돼야 합니다. 농촌에서는 지역사회조직체가 있고 도시에서는 사회단체·이익단체·조합이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정당이 응집력을 갖게끔 조직화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발전없이 정당만 허공에 떠 있으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정치가 옳게 발전하려면 「스포츠」처럼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마추어」 정치가룰 길러내지 않았어요. 평범한 「아마추어」정치가 있어서 「페어·플례이」를 하고, 돈에 좌우되지 않고 정치경험을 쌓은후에 「프로」로 나가야합니다.
▲남=그러면 정당의 문제로 넘어가서 양당제가 좋으냐 다당제가 좋으냐는 문제가 생기는데 헌단계로 우리는 다당제의 세나를 일단 한번 받아야 정치적인 발전이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해방후 양당제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통념화돼 왔는데 운영해본 결과 많은 사회계층의 소외를 가져왔어요. 한번쯤 다당제의 단계룰 거쳐 소외됐던 많은 계층을 정치무대에 등장시켜주고 그렇게 되면 우리정치의 깊이도 깊어질 것입니다.
소외당 참여시켜야
▲금=정당의 가입폭을 넓혀야합니다. 과거에는 『여당은 한량정당, 야당은 「룸펜」정당』이라고까지 했었는데 모든 사람이 정당에 가입하게 되면 대립을 안하게 됩니다. 다당제가 돼서 연립정권을 구성한다면 연립할수 있는 정당끼리 극한적인 감정대립은 할수없지요.
▲배=우졸제는 우리의 편견처럼 되어왔으나 현실적으로 1·5 정당도 못됐어요. 정권을 번갈아 쥐는 정당이 있어야 양당제가 가능합니다.
이념정당이라면 흔히 사회주의 정당이거나 좌경사상을 가진 정당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는데 반드시 그런것은 아닙니다. 자유주의·보수주의·민족주의도 다 정치이념입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정치이념도 다원화되며 정당도 다당화쪽으로 발전해갈수 있읍니다.
▲남=새시대엔 깨끗한 정치를 해야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깨끗한 정치는 결국 정치대금과 연결이 되는데요.
▲김=정치자금 문제는 어느나라에서나 논란이 되는 것이죠. 정당이 완전히 당비에 의해서만 운영이 된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생각하기가 어려운 형편아닙니까.
▲남=우리가 냉수룰 마셔도 조금은 이물질이 끼는것과 갈이 정치자금에 있어서도 어느정도의 「허용기준치」가 있어야 할것같군요. 민주주의에는 어쩔수없는 비용인만큼 어느 정도로 낮추느냐는 문제 아닐까요.
▲김=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히 깨끗한 정치라는 것이 있을 수 없겠지요. 어느 나라든지 다 이 문제는 있는 것이고 남의원 말씀대로 정도의 문제라고 봅니다.
▲배=정치는 일종의 「에르스」와 같은 것 같아요. 사랑하는데 손붙잡아도 되지만 「키스 」는 안된다거나 너무 열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도 문제죠.
▲남=이제까지의 정치자금은 사실상 「관급성자금」과 대기업자금이 주종이었습니다. 차제에 정치자금의 공개모금을 법제화했으면 합니다.
개인과 법인에 대해 각각 현금상한선을 정해 소액다건으로 자금이 모금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배=사회체제가 자유주의 내지는 시장경제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한 정치자금은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공개모금 법제화를
정당의 성격으로 볼때도 보수주의 정당은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사회주의적인 정당은 대개 당세나 생업을통해 조달하게 되는데 우리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상당한 정치자금이 소요됐던것이 사실입니다.
▲금=남의원이 말씀하신 공개모금제도에 찬성합니다. 미국에선 「디너」를 통해 1백 「달러」짜리 저녁을 먹는것으로 현금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당이 당비에 의해 운영될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형편이 성숙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남=정치자금문제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나라 정당은 너무 돈이많이 드는것 같습니다.정당이 우리와같이 방대한 기구를 둘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평시에는 있는지 없는지 분간못할 정도로 존재하다가 선거때나 좀 움직이면 될것같아요. 정당운영 「코스트」가 너무 많이 드는 것은 문제입니다.
▲배=그래요. 미국에는 중앙구이라는게 없어요. 당수십 없는것은 물론이고 빈사도 정당의 활동은 공공성을 띤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자발적 현금으로 정당이 유지되기 어려울 경우 국고에서 지원해주는 방안을 택하면 부정부패를 막는 효과를 기할수 있을것입니다.
▲금=의원생활을 하고있는 남의원께서 세비와 관련해 실정을 한번 털어놓고 말씀해 보시지요.
▲남=국회의원 한달 세비가 1백5O만윈이 되지만 따지고 보며 별것이 아닙니다.
행정부 국장들에게도 자동차를 주고 거기에 부수되는 휘발유·세금을 모두 예산으로 물어주고 있는데 의원들은 차량유지비에 50만원정도를 씁니다.
▲금=자동차룰 직접 사게 되니까 감가상각비와 이자까지 고려하면 부담이 크겠지요.
▲남=비단 자동차뿐이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의원들에게 무료 우편제도롤 실시하는데 우리는 아무 보조가 없읍니다. 저의 경우 유권자가 10만가구니까 1년에 한번씩만 편지를 부쳐도 3백만원이 둡니다. 세비를 지금보다 즐이더라도 자동차운영비·우편료등 실비를 국고로 부담해 주는것이 옳다고 봅니다.
윤리강령 철저시행
▲배=의원들의 윤리강령같은것을 외국에서 처럼 철저히 시행하고 그대신 처우룰 현실화해둘 필요가 있겠지요.
의원세비를 식관급이니 차관급이니해서 갖다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봐요.
행정부와 비교책정할것이 아니라 입법부고유의 세비체계가 되어야하겠지요.
▲금=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앞으로 발을 붙이지 못할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의원겸직 문제를 얘기해 볼까요.
▲남=외국에선 의원이 되면 갖고있던 주식까지 처분하는 나라도 있는데 직업을 갖는다면 아무래도 「이해의 충돌」을 막을수 없지요.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금=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대학교수·의사·변호사등 일부 직업인에 대해서는 겸직이 허용되어도 무방하리라고 봅니다. 공무원의 경우 휴직을 하면 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할수있을 것입니다.
▲배=「그리스」헌법에는 대학교수도 휴직하면 의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요. 겸직문제는 융통성을 두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도 낙선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수 있다면 정치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극렬한 상황까지는 안갈 것입니다. 선거에 지면 모든게 끝난다는 식이 되니까 결사적으로 달려드는것 같아요.
▲남=겸직문제는 선거제도와도 관계가 있는것 같은데 화제를 선거제도로 바꾸어 볼까요.
▲배=일부에선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선거률 미국식 선거라고 하는데 차이가 있는것 아닌지 모르겠읍니다.
▲금=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인단 선거만 끝나면 결과가 금방 나오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그렇게 되어 있지는 않은것같아요.
▲남=선거인단이 1차투표때는 기속력을 갖고 2차투표부터 자유선거를 한다면 운영이 쉽지 않을까요.
▲배=현실적으로 그렇게 될수있을지 의문입니다.
▲김=「원대통령후보선언·후선거인단선출」로 하면 어느정도 미국식 효과를 거둘수 있겠지요.
▲남=국회의원선거에서는 비례대표제가 도입됩니다. 직능대표적 성격이 되겠지요?
소명으로 정치해야
▲김=종전의 비례대표제는 진정한 비례대표제라고 할수없지요. 「사표」룰 처리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완벽하게 하려면 정당에 대한 투표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서독식으로 말입니다.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윈칙적으르 무소속츨마는 금지되어야합니다.
그대신 정당구성요건을 완화해서 다당제로 유도하고 지나친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위해 전체유권자의 5%미만 득표정당에 대해서는 의석배분을 안하는등의 방법이 있을수있읍니다.
▲배=선거제도를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정치뿐아니라 사회생활전반에 걸쳐 선거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정치가 생활화되어야 진정한 선거가 이뤄질수 있다고 봅니다.
▲남=김교수께선 무소속의 부작용 때문에 출마를 금지시키는게 좋다고 하셨지만 저는 정당공천제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소속 출마가 허용되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구를 보다 확대하여 4∼5명을 한구에서 선출하면 그만큼 과열이 방지되리라고 봅니다.
▲배=선거제도는 나중에 선거법에서 자세히 규정되겠지만 법의 차원보다는 정치문화의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김=배교수 말씀에 동감입니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의 세대교체, 정신적 자세전환이 필요합니다. 행정에서는 권위주의를 지양하고 정치인도 진정한 국민의 공복으로 봉사한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과거와 같은 해바라기형 정치인은 안나올 것입니다.
정치인에 아부형과 비판형이 있다면 역대정권이 아부형만 너무 젛아했던것 같습니다. 만년 여당·전천후 여당만 하는 사람은 물러나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여론을 조작하려 하지말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배=정치문화가 별다른게 아니고 사회생활의 연장이라고 본다면 사회각부문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가 득점체제이고 사회가 권위주의에 젖어있다면 정치만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구태의연한 정치는 과감하게 버리고 새정치를 이룰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만큼 새정치 문화가 정수이 될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한마디로 이제는 정치를 위한 정치가 지양되어야 하겠지요.
모든 정치인들이 새로운 국가관·안보관·역사관을 가져 정치를 치부의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소명의식 아래 해야 할 것입니다.<정리=고전길·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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