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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 더하는 도자기 빚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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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대표(왼쪽)가 부인 최진선씨와 함께 도자기를 빚기 위해 흙을 반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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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 100만 명. 청년 실업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열정과 창의성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있다.

중앙일보 ‘천안 아산&’은 충남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우리 동네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찾아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핸드메이드 도자기 제조·판매 회사 ‘아토’를 창업한 정의정(32) 대표를 소개한다.

"우리 집에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요?"

주방에서 사용되는 생활도자기는 대부분 대량 생산·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도자기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생활도자기 시장에 한 30대 청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내세운 건 독창성과 희소성이다. 여기에 자신감과 열정을 더해 무한경쟁 시대에 창업을 결심했다.

지난해 9월 도자기를 제조·판매하는 아토를 창업한 정의정 대표다. 아토는 ‘선물’이라는 순우리말이다. 정 대표는 대량 생산되는 일반 도자기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움과 특별함이 있는 디자인의 도자기를 시장에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직접 손으로 빚고 구워내는 수공예 도자기였다.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생활도자기라는 가치를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습니다.”

수공예 도자기 제작·판매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 대표는 도예가가 아니다. 그는 도자기와 거리가 먼 미술을 전공했다. 고교 때 미술학원을 다니며 진로를 선택해 대전에 있는 한 대학의 서양화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모전에 작품을 내면서 실망감을 느꼈다. 자유로운 미술세계지만 작품을 만들어도 정해진 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그만둔 그는 방황했다. 그러다 찾아간 곳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도자기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합성수지로 화분을 만들어 판매했다가 원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1년 만에 좌절을 경험했다. 또다시 방황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다시 공장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도자기의 브랜드를 제작·개발했으며,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에 입점해 제품을 홍보·판매해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는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똑같은 디자인으로 생산되는 도자기를 보며 따분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맞춤형 수공예 도자기였다.

정 대표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창업하게 된 건 지금의 부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대표는 2011년 최진선(32)씨를 만나 결혼했다. 단국대 도예과를 졸업한 부인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부인의 손에서 탄생한 전통 도자기를 보고 다양성과 우수성을 발견했다. “대량 생산되는 생활도자기에 대한 진부함, 그리고 많은 사람이 값싼 중국산 도자기와 별 차이 없는 밋밋한 도자기를 사용하는 식탁을 수공예 도자기로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상되고 있는 우리나라 식생활 수준에 어울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2008년 대학을 졸업한 부인 최씨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경기도 이천에서 공방을 운영했다. 머그잔과 그릇·접시 같은 식기류와 머리핀·귀걸이·팔찌 등 액세서리를 만들어 전시·판매했다. 이천을 비롯해 전국에서 개최되는 도자기 축제에도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처음엔 그의 작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대형 음식점 대표와 유명 요리 연구가들이 그를 주목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른 곳과 차별화된 독특하고 특색 있는 식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최씨의 작품은 단연 으뜸이었다. 한 번에 300~400개 주문이 들어왔다. 최씨와 인연을 맺어 식기를 수공예품으로 세팅해 전국 음식 명장대회에 출전한 어느 요리연구가는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 만들고 싶어

최씨는 정 대표와 결혼하면서 공방을 접고 천안으로 내려왔다. 정 대표는 부인의 도움을 받으면 맞춤형 수공예 도자기 창업이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겨 부인을 설득해 뜻을 이뤘다. 창업은 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그는 제품을 팔아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전통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창업의 가치라고 믿는다.

그는 얼마 전 천안 청수고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번 수익금을 도예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정 대표는 “전통 기법으로 만든 우리나라 도자기의 우수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이와 함께 소외계층이 도자기 제조 기술을 배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이은희 인턴기자 ,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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