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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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양에서 가장 권위있다는 「밀러」의 「에티케트」사전을 보면 선물을 주고 받는다는게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가결 사장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준다면 그 답례는 구두정도로 해도 무방하다.
선물로 답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샌터클로즈」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물론 사장과 사원의 사이가 지극히 친밀한 소사회에서는 다소의 예외는 있을 수 있다.
그런 때에도 「넥타이」며 「와이셔츠」와 같은 개인용품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대개는 온 사원이 같이 추령내서 선물주는게 바람직스럽다.
다른 회사 사람에게 평소에 신세졌다고해서 선물을 줄 때에는 그 값이 부담스럽지 DSKG을 정도로 싸야한다.
그런 것을 받을 때에도 다른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값진 것일 때에는 이를 자기 상사에게 알리고 받느냐의 여부를 그에게 맡겨야 한다.
상사의 부인에게 선물을 보낸다는 것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장의 자녀가 결혼할 때에도 온 사원이 같이 추렴을 내서 선물 보내는게 예다.
현금의 선물은 어떤 경우에나 대단한 실례가 된다. 다만 어린 사람들이나 하녀들에게만은 돈을 줘도 괜찮다.
심지어는 회사에서 주는 「보너스」까지도 현금이어서는 안된다. 수표라야 한다. 그게 예의다.
물건으로 선물할 때에도 지켜야 할 게 있다.
곧 선물이란 받는 쪽이 즐거워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엔 물론 단서가 뭍는다. 쌍방이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동양에서도 돈은 뇌물로 되어있다. 물론 향전이나 이별의 전별금인 경우는 예외가 된다.
결혼축하인 경우에는 동기사이나 손아래 사람에게는 현금이라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때에도 선비나 상사에게는 실례가 된다.
추석이면 예부터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 받았다. 대개가 자기 집에서 난 오곡이나 과실 때로는 포목들이었다.
그건 아름다운 풍습이기도 했다. 따뜻한 신정의 표시이기도 했다. 선물을 준다고 대신 뭣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요새는 다르다. 까닭없이 선물을 주고 받지를 않는다. 으레 대상을 기다린다. 선물도 돈인 경우가 많았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상사나 손아래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고도 부끄러워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올 추석에는 일체의 선물받지 않기 「캠페인」이 특히 관청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게 「크리스마스」나 연말에도 계속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다만 서로가 정의의 표시로 선물을 나누는 정다운 풍습마저 잃게 되지는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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