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직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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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회정화가 진정한 국민적 화합을 위한 일종의 정지 작업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따라서 부정·부패·부조리 등 각종 위화요인을 제거하는 정화의 찬바람이 지나가면 화합의 따뜻한 바람이 불기 마련이고 또 반드시 불어야 한다.
그러나 찬바람이 지나가고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오히려 새로운 조심과 각오가 필요하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은 해이해지고 자세는 느슨해지기 쉬우며 찬바람이 불 때 움츠려 들었던 구습도 차차 고개를 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12일 1백8개 기관의 감사관계자회의에서 자체감사의 감화로 정화를 정착시키도록 시달한 것도 바로 이런 우려를 미리 막자는 취지라고 생각된다.
국보위의 단호하고 과감한 정화작업도 일단 한고비를 넘긴 듯하고 새 대통령의 선출 등으로 정치·경제적인 분위기도 검차 정상화됨에 따라 공무원사회의 긴장도 다소간 풀리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늘 긴장상태에 있는 것이 업무추진을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의 전환에 따른 구습의 재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리부터 손을 쓰는 것이 옳으며 그래야만 재정화의 필요성이 나올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요즘엔 기관마다 인사이동이 많고 계절적으로도 추석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화정착을 위한 감묘원의 조치는 시의 적절하다.
이한기 감사원장 서리가 말한 것처럼 공직자 사회의 정화야말로 새 시대 새 역사의 소명이다. 새 정부의 가장 큰 도덕적 기반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공직자사회의 정화정착은 새시대의 전개를 의한 첫 걸음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행정 각 기관이 평소에 꾸준히 자체 내에 부조리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자체감사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새시대의 요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보위의 조치로 이미 정화정착의 기틀은 잡혀있는 만큼 새로 조성된 기풍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관별로 점검하고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자세가 민원업무의 처리나 대민사업의 추진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민으로부터 평가받을 때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짐은 물론 정화의 참뜻도 정착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자체감사의 노력이 유명무실해지고 다시 해이한 분위기 속에서 종래의 악습이 고개를 든다면 그 때는 또 한번 정화의 찬바람이 몰아닥칠 수밖에 없게된다.
한편 감사원도 새 시대에 있어 무거워진 사명을 다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각 행정기관의 정화분위기를 고양, 정착시키는 노력을 지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제가 있은 후에 감사를 실시하여 다수의 공무원을 징계하는 기능도 필요하지만 각 관별로 문제가 발생할 소인을 연구하고 미리 제거하는 제도적·행정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행정개혁위·총무처등 다른 기관과의 유기적 협조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처럼 정화를 위한 행정 각 기관의 자체 노력과 감사원기능의 효율화는「깨끗한 공직자사회」를 정착시키는 필수적 조건이다.
정화니, 서정쇄신이니 하는 말이 강조주문의 행사처럼 되지 않고 드디어는 이런 말 자체가 쓰이지 않도록 맑고 능률적인 공직자 사회가 새 시대에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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