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찬바람 여행사 개점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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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지역 관광업계에 한파가 닥치고 있다. 해외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신규 여행객도 발길을 끊어 여행사들이 개점 휴업 상태다.

이라크 전쟁에 이어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여파 때문이다.사스 확산으로 대구∼상하이·칭다오·방콕 등 국제항공노선의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되면서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역 중견 관광업체인 M여행사(대구시 중구 문화동)는 요즘 중국·태국·인도네시아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 전화를 받기에 바쁘다.전화만 걸려 오면 예약 취소가 아닌가 직원들이 깜짝 깜짝 놀랄 정도라고 한다.이 여행사의 이달 중 예약 취소율은 80%선에 이른다.중국 관광객은 발길이 끊기다시피한 상태다.여행사 직원은 “한마디로 폭탄을 맞은 같다”고 어이없어 했다.

Y여행사는 분위기가 더욱 가라 앉아 있다.

이 여행사는 매년 이맘때면 중국·태국 등 동남아와 유럽 여행객 1백여팀(3천5백여명)이 예약을 해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하지만 지난달 말께부터 예약자의 90%정도가 해외 여행을 취소해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다.

S여행사도 마찬가지다.지난해 4월달 3백여명이나 됐던 중국 관광객이 지금은 전혀 없다.태국·인도네시아 등지의 여행객도 발길을 끊었다.여행사 관계자는 “박람회 등 불가피한 해외 출장객 1백여명이 여행객의 전부”라며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일본 쓰시마섬 등 사스의 감염 우려가 없는 지역의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제주도 등 국내 관광 알선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하지만 제주도는 등 주요 관광지는 관광객이 넘쳐 호텔이 만원이고 해외관광은 여행객들의 불안심리가 여전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쯤되자 Y여행사는 5명의 직원 가운데 3명을 무급휴직토록 했고,다른 여행사들도 직원들의 순환 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여행사의 김윤덕 이사는 “무엇보다 사스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외환위기 때 보다 훨씬 상황이 어려워 다음달까지 버텨내는 것이 관광업계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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