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서책 등 6천여점 도산서원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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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5백년간 보존돼온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선생의 친필 서한 등 6천여점의 서책과 목판이 처음으로 도산서원을 떠나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도산서원 관리사무소 김정인 소장은 16일 "도산서원 서고인 동광명실에 보관돼온 퇴계 선생의 친필본 등 2천여권의 서책과 장판각에 있던 선조어필 등 4천여장의 목판 등이 도난과 훼손을 막기 위해 서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반출돼 인근의 한국국학진흥원에 맡겨졌다"고 밝혔다.

도산서원은 그동안 정부의 문화재 지정 검토 요청에도 서원 규약에 위배된다며 퇴계 선생의 서책 등을 외부에 반출하는 것을 거절해 왔다.

특히 서책이 보관돼온 광명실은 전임 도산서원 원장과 퇴계 종손 등 4인이 동의해야 문을 여는 등 공개와 열람 절차가 극히 까다로웠다.

이 같은 도산서원 귀중 자료의 전격적인 국학진흥원 위탁 결정은 지난 12~13일 열린 도산서원 운영위원회(위원장 이동은) 긴급회의에서 이뤄졌다.

퇴계 선생 종손인 이동은옹과 차종손 이근필씨, 이진설 도산서원 원장 등 운영위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논란 끝에 자료의 도난과 훼손방지를 위해 위탁하기로 했던 것.

이번에 국학진흥원의 지하 현대식 오동나무 수장고로 옮겨진 도산서원의 서책과 자료는 하나같이 귀중본이다. 사문수간(퇴계 선생이 제자 조목에게 보낸 편지) 8권과 선생의 친필메모에 해당하는 수적, 도산십이곡 등이 대표적이다. 또 퇴계종택이 소장해온 활인심방 등의 자료들도 귀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판각에 보관됐던 자료로는 선조어필과 퇴계문집.유묵.언행록.병서.도산십이곡 등의 목판이 있다.

한편 만인소 등 서광명실 보관 서책은 이번에 옮긴 동광명실 서책 분류가 끝나는 7월께 다시 이관할 예정이다.

자료 이관 실무를 맡고 있는 국학진흥원 임노직 연구원은 "광명실에 들어 있던 서책류는 보존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편이나 장판각 자료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분류작업이 끝나면 도록 발간과 연구자 등을 위해 영인본 등을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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