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의 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수출신장률이 크게 뒤떨어진데서 나타나고 있다.
무협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중의 우리의 수출신장률은 17·9%로「싱가포르」의 51· 2%, 「홍콩」의38·1%, 대만의 29·1%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22·1% 보다도 뒤지고 있다.
수출신장률의 둔화는 우리의 GN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경제성장에 제동을 거는 중대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고용·산업활동 등 경제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의 두 가지 측면에서 드러나는 것이니 우리의 경우는 우선 가격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쫓기고 있음을 중시해야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국내의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되고 있다.
금년 상반기만해도 국내 도매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42%나 상승하여 대만·일본보다 두배 가까이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물가상승세 속에서는 가격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래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진행은 임금의 급등과 상승작용을 하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더한층 삭감하고 있다.
임금지수는 우리가 75∼79년 사이에 32·8%가 오른 데 비해 대만은 17·6%, 「홍콩」14·3%, 「싱가포르」7· 3%, 일본은 8· 5% 상승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물가· 임금변동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한국상품의 수출단가는 연평균 12·6%나 올라서 경쟁국의 한자리 숫자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을 회복시키려면 「인플레이션」의 수습이·절대적 요건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해야한다.
무협이 최근 몇 년간의 수출부진이 해외경기 침체에서 연유한 단기적 현상이라기 보다는 대내적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한국수출이 안고있는 문제점은 내수기반이 없는 투자의 강행으로 일부 중화학공업투자에서 볼 수 있듯이 자원의 낭비가 심했다는 것이다.
이는 내수기반도 없는 데다 수출경쟁력측정도 부정확한 채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것이며 그 결과 「인플레이션」의 조장, 기왕에 경쟁력을 보유했던 경공업의·위축까지도 초래하게 된 것이다.
투자배분의 효율성·적정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비교우위를 견지하고 있는 경공업분야에도 정책적인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가격경쟁력의 제고를 기하는 한편으로 품질의 보장, 고급화로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꾸준히 추구되어야 한다.
저임을 배경으로한 저렴한 상품은 동남아 등 개도국의 차지가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추세다.
한국경제의 여건으로는 이제 그들과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게 되고 있으므로 품질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비투입을 확대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품질의 개선을 도모토록 하고 신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한다.
국제환경은 급격히 바뀌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하는 적극전략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의 진로가 수출주도형을 추구하는 한 국제경쟁력의 유지, 내지는 우위를 보지하는 명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