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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알세라, 꼭꼭 숨은 차 부품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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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토교통부와 자동차회사가 부품가격을 놓고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2일부터 자동차회사가 차량 부품값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면서다. 이 제도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자동차 순정부품의 유통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런데 국토부가 정보 공개 규정을 허술하게 만드는 바람에 자동차회사들이 부품값 정보를 꼭꼭 숨겨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회사 홈페이지에서 이를 검색하려면 여러 차례 페이지를 바꿔 들어가거나 회원가입·로그인 절차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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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현대·기아차 등 주요 회사 홈페이지엔 첫 화면에 부품가격 안내가 나오지 않는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선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블루멤버스’를 누른 뒤, 그 아래 펼쳐지는 ‘정비 가이드’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바뀐 화면 오른쪽 아래에 ‘부품가격조회’ 표시를 볼 수 있다. 부품가격조회를 누른다고 해도 바로 가격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품 자회사인 모비스로 연결되는데, 여기서 또 ‘부품정보검색 실행’을 눌러야 한다. 그러면 회원인증(로그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회원은 회원가입을 해야만 한다. 회원가입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약관 동의도 필수 사항이다. 모비스 기존 회원이 부품값을 검색한다 해도 7차례 페이지 변경을 해야 한다.

 국내 주요 12개 자동차 회사 중 페이지 변경 횟수가 가장 많다. 회원가입 절차도 원활하지 않다. 회원가입을 시도해봤지만 주소 입력 단계에서 계속 오류가 발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같은 복잡한 절차를 충분히 알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며 “담당 부서에서도 각 회사에 일일이 연락해 부품값 검색 경로를 확인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쌍용·BMW·포드는 6차례씩, 벤츠·한국GM은 5차례씩 페이지를 바꿔가며 찾아 들어가야 부품값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 가격정보 안내를 내 건 곳은 크라이슬러가 유일하다. 하지만 오른쪽 맨 아래 부분에 나와 있어서 홈페이지에 자주 들르지 않는 소비자는 찾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도요타를 뺀 7개 회사는 한글 입력으로는 부품값 검색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정책 취지와 어긋나는 반응이 나오는 데는, 정부가 관련 규정을 꼼꼼하게 만들지 못한 탓이 크다.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부품 가격 공개를 해야 한다. 이 규칙엔 ‘자동차부품의 소비자 가격 자료를 해당 제작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홈페이지 어느 자리에 어떤 크기와 형식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부속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부품값 안내를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에 국토부는 1~2개월 동안 소비자들의 이용 빈도와 만족도를 관찰한 뒤,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석창 국토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은 “현재로선 이번 제도를 더 알리고, 더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도록 권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며 “이후 부품값 표기 방법을 구체화 하거나, 관련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직접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보완책도 생각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보완책을 내놓더라도 소비자 만족도는 크게 올라가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개별 부품 가격에 대해서까지 소비자들의 감시를 받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공개 범위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정보공개에 적극적인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질 수 있도록, 언론이나 소비자 단체들이 여론을 형성해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선욱기자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에서 ‘벤츠·한국GM은 5차례씩 페이지를 바꿔가며 찾아 들어가야 부품값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홈페이지에 부품값 공개를 해야 하지만 이를 소비자가 찾기 어렵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홈페이지 첫 화면 아래에 있는 ‘부품가격 조회’를 누르면 다섯 번이 아닌 세 번에 부품값을 볼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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