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젠 경제 살리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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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 이후의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중소 기업인들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사실상의 종전을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이 기업인들 앞에서 전쟁 종료를 선언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제부터는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 이겨도 경제 실패하면 끝=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두개의 시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 하나는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을 치름으로써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훨씬 안전하게 됐다는 것이 공화당 측의 주장이고 보면 남은 과제는 경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를 위해 부시 대통령은 적어도 5천5백억달러의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는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초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향후 10년간 7천2백60억달러 규모의 세금 감축안을 미 의회가 제동을 건 것에 반박하는 성격이 짙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감세안을 따를 경우 2004년까지 1백4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미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전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부랴부랴 경제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대선전략'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1년 걸프전에서 이기고도 경제를 회생시키지 못해 재선에 실패한 과거를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진영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 하나로 당시 부시 대통령 진영을 추락시켰다.

이를 인식하고 있는 현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은 "2004년의 대선은 결코 쉬운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물밑 선거운동 이미 시작=공화당 상.하원 모금 위원회는 지난 11일 2천5백달러를 내고 '대통령과 저녁을'이라는 행사에 참석하라는 편지를 지지자들에게 발송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 명의로 된 이 편지에서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과 영부인 로라에게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게 해주자"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행사 입장권은 10만달러어치 이상을 산 사람들에게는 부시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VIP 티켓 넉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5만달러짜리 입장권에는 두장의 VIP 티켓이 주어진다.

그러나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이 행사에 공식 참석할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아직도 전투를 완전히 끝내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정치 모금행사를 시작했다는 비난여론을 우려해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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