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중역 되는데 23년…|평균나이51세로 젊어지고 학력 높아 정년 없는「은행가」…바늘구멍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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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숙정의 뒷마무리로 금융기관은 사상최대의 인사파동을 치렀다.
45개의 빈자리 메우는 것을 포함해 모두 81명이 자리를 바꿔 앉았다.
금융기관임원의 70%가 한꺼번에 바뀐 것이다.
이번 인사로 은행임원의 나이가 현저하게 젊어졌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12개 금융기관임원의 평균연령은51·5세.
5개 시중은행의 경우 종전의 54세에서 52세로 두살이 낮아졌다.
부장급의 이사 승진자 39명 가운데 40대가 18명을 차지하고있으며 평균연령이 49·9세로 가장 낮은 중소기업은행은 5명의 이사 중에서 4명이 40대로 구성되어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은행은 평균 54· 4세인상업은행으로 숙정에 따른 인사이동이 가장 적었음을 반영하고 있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평균연령은 종전의 53세에서 51세로 낮아져 시중은행이사들보다는 젊은것으로 나타났다.
5· 16이후에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세대교체가 일어났는데 이것이 금융쇄신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금융계 「몬로」 주의는 여전하여 관계이외론 외부에서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인재 빠져나가기도
이번 이사 승진자들의 대부분은 57년 언저리에 입행한 사람들. 따라서 은행에 발을 디딘 지 23년 안팎이 걸려 소위 은행가라는 말에 어울리는 임원이 된 것이다. 이것 역시 종전에 비하면 2∼3년 정도 앞당겨졌다.
나이가 젊어짐에 따라 임원들의 학력도 높아져 가고 있다.
역사가 오랜 시중은행의 경우 50명의 임원 중에 13명이 고졸학력이나 이번 승진자들 모두가 대졸이상학력으로 금후 얼마동안은 은행임원의 학력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 동안의 은행인기하락으로 금융계에서 양성된 많은 인재들이 빠져나갔고 근년들어 우수한 지원자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장기적으로는 은행원자질이 저하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원래 시중은행 이사수는 대표이사인 은행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이었으나 이번 숙정을 계기로 각 은행 공히 1명씩 줄었다. 그것도 당초계획은 2명씩 줄일 작정이었다는 후문.
김용환 재무장관시절에 은행의 대형화와 은행장의독주를 막는다는 명분아래 평리사제를 도입해 3명의 이사를 두어왔던 것인데 그 필요성이 약화되었음인지 도리어 줄여야 겠다는 것이다.
3단계 뛰어 승진
당국에서 하달된 이번 인사의 중요지침은『서열을 기본으로 하되 능력에 따른 발탁도가』였다는 것. 여느 때 같으면 금융계 주변을 둘러싼 외부입김이 늘 작용해왔었으나 이번에는 때가때여서인지 은행장 추천을 기준으로 조용히 이루어졌다.
워낙 임원자리가 많이 비어 부장급발탁이 대거 이루어졌는데 그중 상업은행의 감사가 된 조정조씨는 검사부장에서 일약3단계를 뛰어 넘은 신기록을 세웠다.
외환은행은 6명의 부장을 승진시켰으면서도 2명의 이사를 타 은행 전무로 내보내는 힘을 과시했다.
대과 없으면 중임
은행임원은 은행인 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바라보는 자리. 그러나 경쟁이 워낙 심해 대부분의 부장이 임원의자에 한번 앉아보지 못하고 정년 퇴직한다. 그래서 임원을 흔히「은행인의 별」이라고 부른다. 은행에선 55세가 정년이지만 이사에겐 55세정년이 적용되지 않는다.
부장에서 임원이 되면 퇴직금을 받고 근로자에서 경영진으로 완전히 신분이 달라진다. 임원은 대개 2∼3개의 부서를 관장한다.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법적으로는 은행장과 대등한 자격으로 발언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은행장1인 체제가 지배적이다.
이사승진이나 승진엔 은행장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임원임기는 3년인데 대과가 없으면 중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은행인의 별」인 임원이지만 봉급은 의외로 적어 이사가 55만원, 은행장이 61만8천원 선이다. 보수면 에선 봉사하는 자리라고 할까. <이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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