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선 시신 만지는 풍습에 에볼라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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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루머가 더 무섭습니다. 의사들이 병원을 모조리 닫았어요. 치료를 못 받아 하혈하다 길거리에서 죽어 있는 산모도 봤습니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이웅재(53·사진) 매일건설 부사장은 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루머’와 ‘공포’를 말했다. 그는 “에볼라에 걸리면 죽는 건 분명하지만 감염률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며 “에볼라가 급격히 확산된다면 이미 수천 명이 죽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원도 홍천에 본사가 있는 매일건설은 몬로비아에서 고속도로 건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지에는 이 부사장 외에 한국인 직원 한 명이 더 있다. 이하는 이 부사장과의 문답.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봤는데, 그건 침소봉대다. 여기는 에볼라보다 말라리아·장티푸스·토속병 등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 워낙 그런 걸로 많이 죽는다. 이유는 방역체계란 게 없어서다. 그걸 그동안은 별생각 없이 봤던 것이고, 이제 와서 검사를 해 에볼라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라이베리아인이 1죽고 있지 않나.

 “라이베리아인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만지는 문화가 있다. 이것 때문에 에볼라가 확산된 것 같다. 시신을 만지면서 전염돼 죽는 것 외엔 에볼라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있는 몬로비아의 인구가 150만 명이다. 인구 밀집지역이다. 급격한 확산이라면 수천 명이 죽어야 하는데 에볼라로 죽은 사람은 150명 정도다.”

 -정부가 학교를 폐쇄하기도 했는데.

 “그건 에볼라를 확산시키지 말자는 차원에서 한 결정이다. 주요 식당이나 공공기관에는 손 씻는 소독도구를 모두 비치했다.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독이다.”

 -방역체계가 제대로 안 됐다고 했는데.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이 정도 숨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에볼라가 치사율은 높다. 주변을 봐도 걸리면 죽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감염률이 낮다. 게다가 말라리아에 걸려도 비슷한 증상이라 구별이 어렵다. 여기 있는 외국인 주재원들이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병원이 거의 문을 닫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병원을 열라고 부탁할 정도다. 이 때문에 감기 등 일반 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는다. 나는 길에서 아기를 못 낳고 하혈하다가 죽은 사람까지 봤다.”

 -공사현장에 한국인은 몇 명이나 있나.

 “아직은 수주 단계라 나를 포함, 2명이 있다. 한국인은 몬로비아 지역에 상주 인원 20명, 선교사 30명이 있었는데 선교사는 에볼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나갔다. 상주 20명은 수산업, 식당, 목재사업 등을 한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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